‘고용 절벽’ ‘고용 한파’로까지 불리는 일자리 문제가 여전하다. 지난해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아들인데 이어 올해 발표되는 일자리 통계마다 암울한 소식뿐이다. 지난달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실업자는 7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민간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자영업으로, 공무원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제조업 취업 줄고 자영업자 늘고
통계청(청장 유경준)이 지난 15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수가 24만3000명 늘어나는데 그치며 11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고, 1월 기준으로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11월 33만9000명을 기록해 3개월 만에 30만명대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12월 28만9000명으로 줄었고 지난달 25만명 밑으로 떨어지며 2개월째 20만명대에 머물고 있다.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가 16만명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던 2009년 7월(-17만 3000명) 이후 9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8만5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7만4000명) 등에서 취업자가 증가했지만, 제조업을 비롯해 운수업(-3만7000명), 농림어업(-9000명) 등에서 감소했다.
자영업자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6만9000명 증가해 2012년 7월(19만2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로 50세 이상 장년층 취업이 자영업으로 이어진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주로 50세 이상 장년층 취업이 자영업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비자발적 자영업 진출자가 늘어난 것으로,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업자수 7개월 만에 100만명 넘어
실업자 수는 100만9000명으로 7개월 만에 100만명을 다시 넘어섰다. 실업률도 3.8%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늘어나며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나 하락했지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기업이 경기 악화와 정치 리스크로 신규채용을 하지 않으면서 구직을 단념하는 사례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최소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수행했는데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을 실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구직활동 자체를 하지 않으면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된다.

1월 전체 실업률은 0.1%포인트 상승한 3.8%로 지난해 4월 3.9%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1월 실업자 수는 100만9000명으로 7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1월 기준으로 2010년 1월 이후 최대다.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기업의 채용 수요가 위축되자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점이 역설적으로 청년층 실업률 감소로 이어졌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과거 1년 동안 구직 경험이 있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구직단념자가 전년보다 7만1000명 증가한 점이 청년층 실업률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자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은 11.6%였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 3은 22.5%로 1년 전보다 0.6% 상승했다.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더 어려워졌음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의 실업률이 1년 전보다 0.9%포인트 오른 5.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9급 공채 선발예정인원 5년 중 가장 많아
민간 기업의 취업 한파에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에 역대 최다 인원인 22만8368명이 몰렸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일부터 6일간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한 결과 총 22만8368명이 지원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올해 9급 공채 선발예정인원은 최근 5년간(2013~2017년)간 가장 많은 4910명이다. 역대 최다 인원이 몰렸지만 선발예정인원 또한 가장 많아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46.5대 1로 떨어졌다. 최근 5년간 경쟁률 중 가장 낮다.

지난해 9급 공채 경쟁률은 53.8대 1, 2015년 51.6대 1, 2014년 64.6대 1, 2013년 74.8대 1을 기록했다. 올해를 제외하면 그간 9급 공채 경쟁률은 50대 1을 웃돌았다. 9급 공채 선발예정인원이 올해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그간 선발예정인원은 2013년 2738명, 2014년 2150명, 2015년 3700명, 2016년 4120명이다. 

올해 모집직군별 경쟁률을 보면 행정직군은 4508명 모집에 20만596명이 몰려 경쟁률은 44.5대 1, 기술직군은 402명 모집에 2만7772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69.1대 1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 직군은 기술직군에서 공업직(화공)이 7명 모집하는데 171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244.7대 1이었다. 행정직군에서는 행정직(교육행정)으로 58명 모집하는데 1만3089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225.7대 1로 마감됐다. 

연령별로 보면 올해 지원자의 평균 연력은 28.6세로 작년(28.5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령대별 분포는 20대가 14만6095명(6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6만 4764명(29.5%), 40대가 1만507명(4.6%), 18~19세가 3202명(1.4%), 50세 이상 1100명(0.5%)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원자 중 여성 비율은 52%(11만8678명)로 지난해 53.6%(11만 8934명)에 비해 소폭 줄었다.

OECD 6개국만 3년 연속 취업률 하락
청년실업은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직접적 요인이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실업률을 중요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유독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부 선진국의 청년실업률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 비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미국을 추월했다. 앞서 8∼9%를 맴돌던 우리나라의 15∼24세 실업률은 2013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2014년에는 9년 만에 다시 10%대로 올라섰다.

특히 2013년부터 4년 연속 꾸준히 상승하면서 결국 지난해에는 미국(10.4%)을 추월했다. 미국의 청년층 실업률은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고용시장이 악화하면서 2010년 18.4%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OECD 39개 회원국 중 2013∼2015년 3년간 청년층 실업률이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상승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스위스·오스트리아·터키·프랑스·핀란드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는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은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탓에 청년층 고용이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다른 국가의 청년실업률은 떨어지는데 일부 국가만 올라간다면 노동시장 경직성과 관련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기술 변화를 산업구조가 따라가지 못할 때도 청년실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 “일자리 문제 국정 운영의 중심”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에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까지 꽁꽁 얼어붙으면서, 그동안 수출 일변도로 흘러온 정부 정책도 부랴부랴 ‘일자리’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자리가 곧 민생’이라며 일자리 문제를 모든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국민 체감도가 높은 20개의 주요 일자리 과제를 선정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가 선정한 20개 일자리 과제는 △SW신산업육성 △VR콘텐츠산업 육성 △MICE 등 융복합 관광산업 육성 △신산업투자 활성화 △에너지신산업 육성 △노인장기요양 서비스확대 △경력단절여성 맞춤형 취·창업지원 △농식품·해양수산 분야 창업활성화 △재난관리전문역량 확충 △시간선택제를 통한 국가공무원 잡셰어링(Job-Sharing) 활성화 등이다. 빠르면 이달 안에 세부적인 일자리 대책과 함께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내수 활성화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소비심리 회복, 가계소득 확충, 생계비 부담 경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겠다”며 “민생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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