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돈이 120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관리감독이 취약한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져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대출, 금리 높은 비은행권으로 이동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이 지난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가계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속보치)은 1154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24조원 늘었다. 연간 증가액으로 직전 최고치였던 2015년(110조1000억 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은행과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해 주춤해졌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방안으로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등 시중은행 대출을 조였기 때문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68조8000억원 늘어나며 1년 전보다 10조원 가량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은행의 리스크관리 강화에 더해 주택거래량 감소,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이 올해 1월 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55조1000억원 늘었다. 2015년 증가액 31조9000억원보다 72.7%(23조2000억원) 많았다.

제2금융권 대출은 보통 은행보다 이자가 비싸므로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크다. 때문에 늘어난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증가세가 눈에 띄게 약화했다. 지난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0조8000억원 늘면서 증가액이 2015년(48조3000억원)의 43.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은은 “기업 대출은 업황 부진,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신용 경계감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기업대출 증가세 크게 약화
대기업 대출은 9조7000억원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30조5000억원 늘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은 22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날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한은은 올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시사했다.

한은은 “앞으로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연 2.0%)에 접근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운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하 후 8개월째 1.25%에서 유지되고 있다.

한은은 이어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해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며 대내외 불확실성과 미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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