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열전>에는 ‘사목입신(徙木立信)’의 고사가 나온다. ‘나무를 옮기는 일로 나라의 신뢰를 세운다’는 고사로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부흥을 이끌었던 상앙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진나라의 도읍 성문에 이상한 포고문이 붙었다. 세길 길이의 나무를 도읍의 남쪽 문에 세워 두고, ‘이 나무를 옮겨 심는 자에게는 10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백성들은 이 포고를 괴이하게 여겨 아무도 옮기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포고문을 붙였다.

‘이 나무를 옮겨 심는 자에게는 50금을 준다.’
그러자 한 사람이 거금에 혹해서 나무를 옮겨 심었고, 재상 상앙은 즉시 50금을 지급했다. 이 소문이 곧 퍼졌고, 백성들의 믿음 하에서 상앙은 변법이라는 개혁정책을 굳건하게 시행하게 됐다.

상앙은 개혁입법을 통해 진나라를 부강케 하고, 약 100여년 후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했던 인물이다. 당시 진나라의 군주는 효공이었는데, 상앙은 진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간언했다.

“진나라가 목공의 전성시대를 되찾으려면, 낡은 법률과 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세상을 다스림에 한가지 길만 있지 않으며, 나라를 위해서 꼭 옛것을 본받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탕왕이나 무왕은 옛것을 따르지 않았어도 왕업을 이뤘으며, 하나라와 은나라는 기존의 예를 따랐지만 멸망했습니다. 옛것을 반대한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며, 기존의 예를 따른다고 칭찬할 일도 아닙니다.”

진나라 조정은 상앙의 개혁정책으로 들끓었지만 결국 효공은 상앙의 손을 들어줬고, 힘을 얻은 상앙은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 위의 고사와 같은 방법으로 개혁정책을 시작했다.

상앙의 개혁정책은 그 당시 ‘변법(變法)’으로 불리며 백성들의 경제생활, 조세제도, 법령, 군사제도를 망라한 통치 전반을 규제하는 강력한 법이었다. 법령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엄격했지만 그래도 확고한 몇가지 원칙을 지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 첫째 되는 원칙이 바로 백성들의 신뢰였다. 법령이 가혹하기는 했지만 그 법을 지키면 분명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믿음을 백성들에게 심어주어 따르게 했던 것이다.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변화와 개혁은 당연히 필요하다. 필수불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장 손에 쥔 권력의 힘만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잠깐의 성과는 얻을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결과는 만들지 못한다.

개혁과 변화의 핵심 요건은 바로 구성원들의 신뢰이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먼저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외치면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 자신이 공명정대함을 기반으로 부끄럽지 않은 인물이 돼야 한다. 스스로 깨끗하지 못하면서 개혁을 주창한다면 <채근담>에 실려 있는 ‘이단공단(以短攻短)’,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와 같은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제자 자공을 가르치면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꼭 필요한 세가지를 말했다. 바로 식량과 무기, 그리고 신뢰이다. 어쩔 수 없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기를 버리고, 그 다음은 식량을 버리고 신뢰만은 반드시 붙들어야 한다고 했다. 신뢰가 없다면 나라는 한시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나라뿐 아니라 크든 작든 어떤 조직에도 해당하는 진리다.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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