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훈(ASE코리아 본부장)

조세프 헬러라는 미국 소설가의 <Catch-22>라는 유명한 작품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개구리가 존재한지 거의 5억년이나 된다. 강대한 힘과 번영, 세계 제일의 용사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생활 수준을 가졌다는 미국이라지만, 개구리만큼 오랫동안 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은 미국인들에게 맡기고 개구리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 곁을 오랫동안 지키는 상품들이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는 오징어땅콩, 맛동산, 초코파이 같은 것들이다. 이들이 30~40년에 걸쳐 장수한 이유를 추정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인의 입맛을 정확히 ‘저격’하고 끊임없이 품질관리를 한 것이다. 잘 팔리니 광고도 이어졌을 것이다.

20여년 전에 초코파이를 산 적이 있는데 불량품이어서 본사에 전화했더니 고객 만족 담당 과장과 직원이 과자 세트를 들고 직접 찾아와 사과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에 진출한 세계적인 할인마트 업체에서 산 물건에 하자가 있어 고객만족 센터 책임자를 찾았더니,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그 업체는 얼마 못 가 다른 할인마트에 매각이 됐다.

회사 이름만 바뀐 바로 그 마트에서 얼마 전 구두를 샀는데 겨우 한달 만에 불량이 발생했다. 여러 가지로 바빠 세달이 지나서야 그 마트에 들러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잠시 매장 담당자와 상의 후 환불을 해주었다. 동일한 제품으로 교환해도 되지만 그 제품에 대한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고 했더니 필자의 의견대로 처리해 준 것이다. 고객서비스에 감동했고 가능한 한 그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중국 고객들을 가끔 만나는데, 그들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두려울 정도다. 60~70% 성장하는 회사도 있다. 작은 회사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구 개발 인력만도 7만명이 넘는 곳이다. 중국이 아직도 단순 조립에 의존하고 싸구려 제품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이 정도 수준일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도 인건비가 비싸져 중국 자신도 이미 베트남이나 인도 등지로 외주를 준 지 여러해 됐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아직도 무척 저렴한 편이다. 이렇게 가격 경쟁력도 있고 개발 능력도 갖춘 나라들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방법은 바로 연구 개발은 본토에서 하고 양산은 제조 비용이 저렴한 곳에서 하는 것이다.

이건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의 웬만큼 앞선 기업이면 이미 사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또 하나 우리가 살려야 할 강점은 속도와 실행력을 통한 초격차 전략이다. 우리보다 인적자원에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나라가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과 오래전부터 일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속도와 실행력을 앞세우다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아무리 급해도 제품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지금은 링컨의 암살 소식이 유럽에 알려지는데 몇주씩 걸리는 때가 아니다. 나쁜 소식은 경쟁자들의 귀에 실시간으로 알려진다. 기업도 최고의 프로선수들의 세계와 다를 바가 없다. 정상적인 평소 실력으로는 우열이 가려지지 않는다. 상대가 실수할 때만이 득점할 수 있다. 힘들어도 품질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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