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일룸의 PPL 성공기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케이블 tvN 드라마 <도깨비>의 시청률이 얼마 정도였을까요. 평균 20%였다고 합니다. 한국 케이블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라고 합니다. 케이블에서는 10% 시청률만 나와도 방송관계자들이 대박을 쳤다고 난리입니다. <도깨비>가 20% 시청률을 달성했으니 엄청난 수확을 거둔 것은 틀림없겠죠.

갑자기 인기 드라마 후일담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도깨비>의 주인공인 배우 공유가 보유한 회사 중에 가구 회사는 무엇이었을까요? 맞습니다. 일룸(illom)입니다. 드라마 방영 내내 일룸의 침대, 식탁, 의자, 책장 등이 배경으로 줄곧 노출됐습니다. 또한 수시로 일룸의 기업 간판과 본사 건물도 등장했죠.

잘 알다시피 이런 걸 PPL(간접광고)이라고 하는데요. 일룸은 <도깨비> PPL을 위해 무려 제작비용 10억원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사실 배우 공유는 일룸의 전속모델이기도 합니다. 드라마가 성공을 하면서 공유의 주가도 오르고, 덩달아 일룸의 가치도 치솟는 분위기입니다. 

그럼, 일룸이란 업체가 궁금해지는데요. 일룸은 1998년 설립된 회사로 가구 제작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문기업의 길을 걸었습니다. 일룸은 독립법인이긴 하지만 퍼시스그룹에 속한 회사죠. 퍼시스도 일룸과 비슷한 가구를 제조·생산하는 기업이긴 한데요. 퍼시스가 B2B에 집중한다면, 일룸은 B2C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퍼시스의 탄생도 재미납니다. 한샘의 설립자 중 한명인 손동창 회장이 독립해서 만든 사무용가구 전문기업으로 출발했죠. 그후에 일룸, 시디즈, 바로스, 팀스 같은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 겁니다.

어찌됐든 최근 몇년 사이에 일룸의 성장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2015년 기준으로 일룸은 13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반면 퍼시스는 24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매출 규모보다는 일룸이 퍼시스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성장 속도가 더 무섭습니다. 2010년만 해도 일룸의 매출은 712억원, 퍼시스는 2656억원이었습니다. 5년 사이에 일룸은 두배 가까이 컸고, 퍼시스는 제자리걸음 중이지요.

여기서 퍼시스그룹과 자회사간의 지분 관계를 잠시 설명하겠습니다. 퍼시스의 최대주주는 시디즈로 지분 30% 가까이를 갖고 있습니다. 시디즈는 일룸의 최대주주(45.84%)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시디즈가 퍼시스그룹의 정점에 있으면서 나머지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죠. 이를 두고 사업 지주회사 역할이라고 합니다.

그럼 시디즈의 지분을 누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까요. 네, 퍼시스 창업주 손동창 회장입니다. 80%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손태희 부사장이 시디즈 지분 0.78%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주목해야 합니다. 손태희 부사장은 일룸의 지분도 21% 가량 갖고 있지요.

재계에서는 급성장하는 일룸과 시디즈를 합병하면서 가업승계가 이뤄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단서는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나옵니다. 일룸의 회장으로 나온 유 회장이란 할아버지가 손자인 유덕화(배우 육성재)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고 나오죠. 일룸이란 브랜드와 회사 동향을 아는 분들에겐 이러한 대목도 재미의 포인트가 아닐까 합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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