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은 룩셈부르크의 친기업적 세제정책 덕분에 지금까지 수십억달러를 절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파티는 끝나가고 있다.

알다시피 룩셈부르크는 소국가다. 영토가 얼마나 작은지 수도 룩셈부르크 시에서 30분만 차를 타고 달리면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에 갈 수 있다. 인구는 약 55만명에 불과하다. 주민 대부분이 고지대에 있는 수백년 역사를 간직한 수도에 거주하고 있다.

룩셈부르크 시의 궁전에는 지구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대공(Grand Duke)이 살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대공국(Grand Duchy)이다. 석조로 축조된 룩셈부르크 요새는 고대 로마제국 시대부터 나폴레옹 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전쟁의 포화를 버텨왔다.

지금 룩셈부르크는 새로운 제국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번에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다국적 기업들로 구성된 제국이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룩셈부르크가 악질적인 탈세 기업들의 피난처 노릇을 하고 있다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의 성패는 수백개 기업(미국 회사도 포함돼 있다)들이 어마어마한 자산을 국외로 이전해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에 달려 있다.

세제상 허점을 악용할 수 있는 곳은 룩셈부르크뿐만이 아니다. 아일랜드나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곳과 다르게 룩셈부르크 경제는 다국적기업 세제 혜택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로 돼 있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이 있었다. 1970년대 기반 산업이었던 철강 산업이 무너진 이후, 룩셈부르크는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29%에 달했던 법인세를 대폭 인하했다.

이런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뮤추얼펀드의 운용 규모는 현재 3조달러(2001년 7600억달러에서 급증한 수치다) 이상에 이르고 있다. 이보다 큰 규모를 가진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룩셈부르크 시에는 27개국 148개 은행이 소재하고 있다. 펩시코, 하인즈와 같은 미국 기업 200개를 포함해 4만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시민 8명당 1개꼴이다.

미국의 룩셈부르크 직접 투자는 4160억달러에 달한다. 유럽에서 아마존 사이트를 통해 책을 구매하면 아마존의 주소가 룩셈부르크로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 어느 곳에서든 아이튠즈로 음악 1곡을 다운로드하면, 룩셈부르크 생트니트 거리(Rue Sainte-Zinthe)에 위치한 기업과 방금 거래했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렇다면 활기 넘치는 기업, 애플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수도원과 양로원이 위치한 조용한 거리 건너편에 있다. 5층 건물의 문 앞 초인종에는 ‘아이튠즈’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두가지 사건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는 세계경제 위기다. 이를 계기로 각국 정부들은 세수 확보에 적극 나서게 됐다. 두번째는 룩셈부르크 회계법인에서 수천개에 달하는 내부 자료가 유출됐던 사건이다. 룩스리크스라 불리는 이 스캔들은 전 세계적인 공분을 샀다.

몇년 전 G20 정부들은 각국의 조세 정책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룩셈부르크도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은행 비밀주의(bank secrecy)에 종지부를 찍었다. 유럽연합은 현재 법인세의 지속적인 감소를 가져오는 세제상의 허점을 완벽히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많은 기업 임원들은 유럽연합이 세법을 바꾸고자 한다면 나머지 조세 피난처들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글 :  하제헌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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