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OS 선택실수 탓 삼성·애플에 잇단 참패…‘구글과 밀월’로 부활 승부수
이번주의 기업 포커스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마트폰 이슈를 가지고는 LG전자 말고도 삼성전자와 애플을 주제로 두고 이야기하면, 여러가지 할 말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 애플은 세계시장 1, 2위를 다투는 용호상박의 대결이기에 더욱 그렇다.

반대로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 있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업체이지만,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로 9위에 그쳤고, 실적 또한 계속 부진했다. 그래서인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관련 기사의 맥락은 매번 다음과 비슷하게 이어진다.

“새로운 모델 출시로 이번에 만회하려고 한다”거나 “삼성전자 수준을 넘어서는 하드웨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거나 “올해는 LG의 1등 DNA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의 적자폭을 줄여보길 기대한다” 정도로 정리된다.

왜 새삼스럽게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조명해서 이야기하려는가, 의문이 드는 독자도 있겠다. 하지만 LG전자처럼 가전제품 분야에서 탁월한 입지를 구가하는 글로벌 전자기업이 왜 유독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내지 못할까, 하는 원론적인 문제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기사는 과거를 복기하는 내용이라고 보면 좋겠다.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은 LG전자의 스마트폰 부진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전략적인 스마트폰 신모델 흥행 실패가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재고 위험으로 돌아오면, LG전자는 전 세계 공급망 관리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다시 신모델을 준비해도 제품의 원가 경쟁력은 이전보다 조금씩 약화된다는 것이다.

2010년 무렵의 LG전자
우선 현재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스코어를 살펴보도록 하자.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는 MC사업본부다. 지난해 MC사업본부가 올린 매출은 11조7096억원인데, 이는 전년대비 16.4%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에, 영업적자는 1조2591억원을 기록했고, 전년대비 1조2000억원 이상 적자가 늘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4분기에는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 10년 가까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위기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과연 언제가 최고 위기일까? 바로 지금이다. 지난해 손실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비교해도 지난 2010년보다 손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2010년을 주목해야 한다. 현재는 스마트폰이 일반화돼 있지만, 당시는 일반적인 휴대폰인 피처폰에서 급격하게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바로 애플발 아이폰이 한국시장에 쓰나미처럼 불어 닥치던 초창기였다. 이때 LG전자는 시장 변화에 대한 늦은 대응으로 약 65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다시 시계를 돌려 2017년 LG전자의 MC사업본부를 총괄하는 조준호 사장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 그는 최근 신형 스마트폰 모델인 ‘G6’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던 소프트웨어 역량확보를 위해 구글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하드웨어적인, 즉 기능적인 요소에 승부를 걸었다면, 삼성전자와 애플과 맞대결이 가능한 자체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소프트웨어 전략의 실패는 LG전자가 지금까지 스마트폰에 부진을 겪게 된 아주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다시 시계는 2010년으로 돌아간다. 당시 LG전자를 두고 언론 매체는 너나 없이 최대 위기라고 기사를 써냈다. 왜냐하면 적자가 계속되고 신제품은 흥행에 실패하고 전문경영인인 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실적 부진 책임으로 퇴진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2월이 LG전자에게는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을 가르는 시기였다는 걸 아마 당시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LG전자는 당시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에서 대대적인 발표를 하게 되는데, 바로 LG전자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파트너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겠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LG전자가 MS윈도우 OS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2012년까지 50여종이나 만들겠다는 것이다.

LG전자의 MS 선택과 이후
당시만해도 아직 스마트폰 산업 태동 전이라, 누가 이 혁신적인 산업의 선두주자가 될지 아무도 몰랐다. LG전자와 같은 전자제품 하드웨어 제작에 강점을 가진 업체일수록, 소프트웨어에서 어느 기업이 최강이 될지 100% 확신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80%를 차지하는 최강자이지만, 2009년은 안드로이드도 수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에 불과했었고, 신생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영향력이 작았다. 그리고 LG전자는 MS를 선택했다.

그러나, 2009년만해도 LG전자는 휴대폰 시장에서 세계 3위 기업으로 노키아, 삼성전자와 함께 3강으로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강자였다. 한해에만 1억대가 넘는 휴대폰을 팔았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10%를 돌파했던 전성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LG전자가 MS와 모바일 사업에서 손을 잡은 건, MS 입장에서 정말 쾌재를 부를 만한 희소식이었다고 한다. 당시 PC소프트웨어 시장은 급격하게 모바일 쪽으로 넘어가고 있어 오래 PC시장에만 안주한 MS 입장에서는 자체 모바일 OS로 사업을 펼치는 애플이나 구글에 밀리던 처지였다. MS윈도우 OS라는 것도 애플의 질주에 놀라 MS가 급조해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던 소프트웨어였다.

MS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니까, 휴대폰 하드웨어의 강자 LG전자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후발주자인 MS를 선택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세계 언론도 약간 의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때부터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에 리스크가 생겨버렸다고 할 수 있는데, 2009년의 선택를 둔 이후 한동안 LG전자가 애플이나 구글과의 협력에 있어 거리를 둔 이유가 됐기 때문이다.(그렇다고 LG전자가 MS에만 집착한 건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한 스마트폰도 2009년부터 내놨다.)

또한 MS는 자신들의 모바일 소프트웨어에 최선을 쏟지 못했다. 앱 스토어와 같은 자체적인 플랫폼도 만들지 못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껍데기만 있는 모바일 OS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이후 LG전자의 전략적 리스크는 매출로 나타나게 돼 모바일 사업에 적자행진이 이어지게 됐고, 2011년까지 LG전자는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모델 홍수 속에 정신없이 보내다가 2012년이 돼서야 비로소 본격적이고 전략적인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한 스마트폰 신모델에 힘을 주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한 스마트폰과 애플의 아이폰의 양자 대결이 시장의 판세로 굳어졌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다시 2017년 현재로 돌아와 보자. LG전자와 구글의 관계는 상당히 두터운 사이다. 특히 LG전자는 자신들의 G6 신모델에 구글의 인공지능 음성지원 소프트웨어 ‘구글어시스턴트’를 탑재한다고 한다. 이는 구글의 최신형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LG전자가 처음으로 탑재하는 사례다. LG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최신 운영체제를 2년 연속으로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적용하는 끈끈한 사이를 자랑하고 있다.

LG전자, G6 모델로 구글과 더 밀착
여기에는 두가지 이해 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LG전자는 지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자체적인 모바일 OS를 구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구글과 같은 기업과 협력을 통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싸워야 한다.

반대로 또 구글 입장에서도 LG전자가 상당히 필요한 하드웨어 전문업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도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는 10년 전부터 자체 OS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고 자체 OS인 ‘타이젠’도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돌입해 있어 언제까지 삼성전자와 100% 협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사업화하면, 다른 하드웨어 업체들(중국 업체 등)과 연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애플의 아이폰과 같이 삼성전자가 경쟁상대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결국, LG전자는 자체적인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부재를 스스로 극복하기보다는 구글과의 연대를 통한 시너지의 길을 걷는 게 최선의 방법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부진을 겪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도 일말의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모바일 OS라는 소프트웨어를 두고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이 어떻게 갈리느냐에도 있고, 구글과의 시너지가 얼마나 폭발적일지에도 있다.(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OS를 완전히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2010년 무렵 LG전자에게 수많은 선택지와 기회가 있다면, 2017년 LG전자에게는 하나의 길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구글과의 끈끈한 연대 속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일취월장하기를 희망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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