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스트리밍 사이트 검열 나선 중국

수억명의 중국인이 컴퓨터로 미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인은 셸던 쿠퍼(Sheldon Cooper)를 사랑한다. CBS 인기 프로그램 ‘빅뱅 이론(The Big Bang Theory)’-한때 중국의 여러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구 방송이었다-의 주인공인 이 가상의 물리학자는 ‘속았지롱(bazinga)’이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셸던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무제한 동영상 서비스 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인터넷 동영상 규제 담당자 뤄 잔휘(Luo Jianhui)는 시트콤과 영화 스트리밍도 전통적인 미디어처럼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섹스, 폭력, 혼외정사를 비롯해 중국인 시청자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없앤다는 의미였다.

정부의 주요 표적 중 하나가 무엇인지는 분명했다. 바로 외국 방송 프로그램들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 등은 거대한 잠재 엔터테인먼트 산업 시장을 대표하는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의 대부분이 중국 정부의 원칙에 저촉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원칙들이 어떻게 강제될지 예측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스트리밍 검열 활동은 최근 1, 2년 사이에 더욱 강해졌다.
중국 정부는 웹 포털 소후(Sohu.com)를 비롯한 사이트들에 ‘빅뱅 이론’ 등 4가지 미국 프로그램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홍콩에서 매쿼리(Macquarie)의 이동통신, 미디어, 테크놀로지 금융 부문을 경영하는 지옹 샤오(Jiong Shao)는 이 조치를 “뭔가 이상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빅뱅 이론은 ‘밀수품’ 치곤 거슬리지 않는 편이라 할 수 있다. 부패한 공산당 관계자에 대한 불편한 내용이 담긴 하우스 오브 카드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빅뱅 이론의 인기 자체가 중국 정부에겐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래서 에이전트 카터(Agent Carter), 엠파이어(Empire), 쇼타임(Showtime)의 셰임리스(Shameless) 같은 미국 프로그램들은 즉시 서비스가 금지된 바 있다.

이 같은 규제 당국의 조치는 중·미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계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12년 불법 복제 콘텐츠가 웹에서 사라지면서 중국 정부와 할리우드의 관계 개선이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 후 서구 제작사들은 요우쿠 투도우(Youku Tudou), 텐센트 비디오(Tencent Video), 소후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연간 1억달러를 쓸어 담았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이런 관계 개선이 끝났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북경의 리서치 회사 단웨이(Danwei)의 이사 제러미 골드콘(Jeremy Goldkorn)은 “앞으로 몇년간은 외국 콘텐츠에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랫 동안 중국 미디어를 주시해 온 그는 앞으로 더 강력한 규제가 진행될 것이라는 명백한 신호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콘은 “(텔레비전 제작자들은) 극도로 민감한 편집증적인 검열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인기 프로그램들이 갑자기 인터넷에서 사라지는 상황을 참아내야 할 것”이라며 “중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은 콘텐츠까지도 검열하려는 중국 정부의 압박에도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어려움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할리우드와 중국에서 흔치 않은 성공 스토리를 써왔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중국산 대항마로 시작된 요우쿠는 이제 큰손으로 변신해 한국 드라마에서 ABC의 인기 프로그램 모던 패밀리(Modern Family) 등 다양한 콘텐츠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인 이용자들은 대부분 광고 후원을 받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돈을 내지 않지만, 이용료를 내는 소수의 시청자는 늘고 있다. 매쿼리의 샤오에 따르면, 요우쿠 이용자의 0.1%만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해 회비를 내고 있다. 그는 다른 프리미엄 사이트들의 트렌드를 고려하면 앞으로 몇년간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이 비율이 5%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업계가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창업해 성장한 기술 거물기업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는 그동안 온라인 스트리밍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알리바바와 창업주 마윈 회장은 지난해 요우쿠 지분 18%를 12억달러에 매입했다.

바이두는 아이치이(iQiyi)를 운영하고 있다. 텐센트의 동영상 종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1월에는 HBO 프로그램들을 스트리밍하기로 계약했다.
이런 와중에서 서구 제작사들이 차지하는 역할을 중국 정부에서 계속 방해한다면? 태평양 양쪽 모두에서 불행한 할리우드식 결말이 날지도 모른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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