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삼성, 미래전략실 전격해체

요즘 재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는 단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해체했다는 소식이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는 건 삼성그룹이 각 계열사의 대표체제로 또한 이사회 중심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자율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원칙상으로 그룹의 경영을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계열사 별로 자율경영을 하는 것이 맡을지 모르나, 한국 특유의 오너경영 아래에서는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문화이기도 하다. 미래전략실이 곧 오너의 손발이 돼 그룹을 좌지우지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발점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특검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기소까지 이어지면서 삼성그룹은 자의반 타의반 그룹 경영의 쇄신 계획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흡사, 최근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최근 롯데 쇄신안과 관련해 컨트롤타워였던 정책본부를 해체한 것과 닮은꼴이지만,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가총액이나, 사업의 규모로 볼 때 삼성그룹은 한차원 높은 글로벌 기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해체 이전과 이후 그룹 경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우리 재계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할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너경영의 자취까지 지우나
그간 삼성그룹의 경영 운전대를 움켜 쥐고 있던 사람들은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내려오는 오너 집안이었다. 1959년 이병철 선대회장은 비서실로 시작해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를 운영했었다. 그 뒤에 이건희 회장이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등의 이름으로 간판만 바꿔달면서 총수 일가를 보위하는 조직체계를 발전시켰다.

그러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삼성 특검 등의 이유로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당시 전략기획실을 해체한다. 그러나 2년 뒤인 2010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가속화하면서 전략기획실의 역할을 담당하는 미래전략실이 부활했고, 2017년 특검 수사에서 다시 한번 해체를 선언한 것이다.

특검이 삼성의 컨트롤타워를 문제 삼는 것은 이 조직이 정경 유착의 뿌리가 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검은 단순하게 그룹을 쥐락펴락하기 위한 부정적 기능에 대한 단죄 성격 보다는 정부 불법 로비 등이 오너의 입김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 바로 미래전략실과 같은 친위부대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래전략실이 무너지면서,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던 2인자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해 김종중 전략팀장(사장), 장충기 차장(사장)과 미래전략실 팀장들(사장급)이 모두 사임했다.

최지성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멘토였다. 김종중 전략팀장은 삼성그룹이 방위사업과 화학사업 관련 계열사를 매각하는 대대적인 사업변화를 기획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렇게 중요한 인물들이 떠나면서 컨트롤타워 조직만 해체한 것이 아니라, 오너 경영의 힘이 돼 준 인재들마저 부재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전략실이 담당했던 중요한 기능들은 무엇이 있었을까? 총 7개 팀으로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으로 이뤄져 있었고, 전체 인원만 250명이 넘는 조직이었다. 미래전략실이 삼성그룹의 경영을 홀로 조정·관리한 것은 아니었다. 오너의 판단, 미래전략실의 기획능력, 그리고 각 계열사의 실행능력 등 3요소가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을 움직이는 경영시스템의 기본이었다.

특히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미래전략실의 역할과 중요성이 매우 부각됐다.

그래서 2015년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건도 이재용 부회장을 경영 왕좌에 앉히기 위한 정면돌파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배구조 상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권을 넘겨주기 위함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제 미래전략실이 해체하면서 강력한 1인 오너 경영으로 지배해 온 삼성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게 됐다. 작금의 위기를 받아 그룹을 통솔할 오너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있으나, 또 다시 1인 오너에 의한 그룹 경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에도 정말 새로운 경영 시스템이 도래한 것일까?

전자·생명·물산 등 3대축 재편?
결국에는 계열사별로 독립경영이 가능한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그룹에 속한 계열사는 무려 400개가 넘는다. 덩치가 너무 거대해서 그룹을 단일 조직처럼 움직이고 그룹의 비전을 실행시키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긴 하다.

그래서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그룹 경영이 사장단회의와 같은 집단경영체제나, 제2의 컨트롤타워 조직 탄생, 지주회사의 컨트롤타워 수행 등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향은 계열사 대표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비상체제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되면 400개 계열사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핵심 계열사별로 기존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나눠서 수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요즘 재계가 짐작해서 그리고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가 전자, 전기, IT 계열사를 관할하고, 삼성생명이 증권, 카드, 보험을 합친 계열사의 수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어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나머지 계열사들이 모이는 것이다.

전자와 생명과 물산 등 3대축이 결국 삼성그룹이 쪼개져 독립적인 경영과 자율경영의 시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삼성은 사장단 인사를 일괄적으로 하던 기존 관습을 깨고 계열사별로 사장 인사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삼성SDI는 정기주총 이사회를 열고 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인 전영현 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사장을 삼성SDI 사장으로 공식 선임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계열사가 자체 이사회로 사장을 선임해 발표하는 것은 삼성그룹에서는 낯선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그룹 사장단 인사를 동시에 발표하던 것이 관례였기에 그렇다.

지금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가 계열사별로 적체상태인데, 지난해 연말부터 특검수사가 강화되면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던 것이다. 결국 삼성SDI를 시작으로 계열사별 사장 인사 발표는 이달부터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경영의 시작은 이렇게 자체적인 사장 인사와 발표 등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다.

위기의 삼성을 구할 인물은?
일각에서는 3개 축으로 분할돼 독립경영을 실제로 한다고 해도, 그 중심을 잡아줄 인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로의 전환이라면, 그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그룹 전체의 살림살이를 챙겨줄 사람 말이다.

이러한 인물은 삼성이 사장단협의체를 가동한다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 2008년 특검 수사로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을 때, 당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사장단협의체의 의장을 맡아 대외활동을 2년 가까이 한 이력이 있다.
2017년 사장단협의체가 구성되고 가동된다면, 이를 무리없이 수행할 인물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떠오른다. 그가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기에 그렇다.

이밖에도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등도 물망에 떠오르는 CEO들인데, 전자·물산·생명 중심으로 그룹이 재편된다면, 권오현·최치훈·김창수가 각각 사업 부문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를 대표하던 삼성그룹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 그것은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다. 그간 그룹 오너가의 강력한 리더십과 권한으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전문 CEO들의 자율경영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한바탕 비즈니스 결투를 벌여야 할 상황인 것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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