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최근 들어 미국 달러화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보다 ‘약세’가 국익에 맞는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환율조작’ 가능성을 지목했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하나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누적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 효과’라 볼 수 있다.

미국 이외 국가의 탈 달러화 조짐도 원인이다. 세계경제 중심권이 이동됨에 따라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이 가시화됐다.

불안한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는 우리 경제가 문제다. 트럼프 정부 들어 국내 외환시장은 ‘원화 강세’로 요약된다. 올 들어 불과 2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은 무려 50원 급락했다. 달러 강세를 예상했던 국내 수출업체와 달러투자자로 봐서는 ‘환율 쇼크’에 해당하는 절상 폭이다.

‘특정국의 통화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실상이 반영되는 얼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2.7%로 추락했고 올해는 2%대 초반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도 일본처럼 ‘원화 강세 저주’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정국의 안전통화 여부는 △시장 리스크 △유동성 리스크 △신용 리스크로 평가한다.

원화의 시장 리스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많은 중심통화 뿐만 아니라 각국의 경제규모에 대비시켜 볼 때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변동성이 심하다는 의미다.

유동성 리스크는 더 높게 나온다. 원화 거래량은 우리 경제 위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가신용등급 등으로 측정되는 신용 리스크는 최근 들어 개선되고 있어 그마나 다행스런 일이다.

원화는 아직까지 안전통화로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최근처럼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모든 통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정책적으로 잘 대응하면 불안한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일본처럼 원화 강세 저주에 시달리는 것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어느 때보다 외환당국의 역할이 요구된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편승해 우리 여건과 벤치마크 지수 간 괴리에서 들어오는 외국자금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에는 부과하지 않다가 과다하게 유입될 때 부과하는 ‘이원적 외화거래세’ 도입 등 보다 과감한 정책이 요구된다.

신용등급도 우리 여건에 맞지 않게 높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높은 신용등급으로 외국자금이 많이 들어와 원화가 강세될 경우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다한 경상흑자부터 줄여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영구적 시장개입(PSI)’을 고려해야 할 때다. PSI란 외화가 들어오면 해외로 그대로 퍼내는 정책을 말한다.

경기대책으로 재정정책을 보다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가채무 비율이 45% 수준까지 될 정도로 재정지출을 늘려 나가더라도 문제는 없다. ‘통화정책 전달경로’ 상 우리처럼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여건에서는 외화든 재정이든 ‘과다 유동성에 따른 원화 강세’와 ‘기형적인 신용등급 상향 조정’ 만 심화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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