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KT의 해외사업 고전

KT가 아프리카에서도 최빈국으로 통하는 르완다에 진출한 것은 2013년입니다.
르완다에서 무려 25년 동안 LTE 통신망을 독점 판매할 권리를 얻으면서 당시 완전 대박을 터트린 것처럼 획기적인 해외사업이었다고 자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사업이 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불안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KT의 르완다 법인은 315억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사실 사업을 시작했던 2013년부터 적자였다고 합니다. 2013년 9억, 2014년 190억, 2015년 287억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죠.

KT의 해외사업은 말 그대로 적자 행진입니다. 르완다 문제만의 문제가 아니란 소리죠. KT는 르완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제3 세계 국가의 통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그간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일본, 중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도 진출했습니다.

KT의 해외법인은 총 14곳인데요. 이들 해외 거점 사업의 지난해 1~3분기 매출 합은 불과 689억원에 그쳤습니다.

통신 공룡이라 불리며 연간 2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KT의 덩치 치고는 미약한 수준입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0.3%에 그친다는 것만 봐도 해외사업의 실효성마저 의문이죠.

KT의 최근 해외사업 부진을 언급하는 것은 KT 입장에서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겁니다. 2014년을 기점으로 황창규 회장이 KT의 경영을 맡게 되었는데요, 해외사업의 대부분이 전임 회장인 이석채 회장 시절에 추진한 거라서 말이죠.

이석채 회장 재임 시기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KT는 그야말로 글로벌 경영체제였습니다. 14개의 해외법인이 KT에 있다고 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KT 산하 법인은 56개입니다. 그러니까 25%의 KT사업체가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거죠.

이게 지금 시점에서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진출 당시에는 KT가 탈 통신을 선언하고 세계시장으로 나간다는 긍정적 신호도 많았습니다. KT가 한국에 애플 아이폰을 처음으로 들이고 무선 데이터 시장을 선도했던 것도 이쯤입니다.

탈 공기업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했던 성급함이었을까요. 요즘 KT는 해외 사업 내실화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그리고 황창규 회장에게 주어진 두번째 기회이기도 합니다. 황 회장은 최근 연임이 결정되면서 2020년까지 3년 더 KT를 이끕니다.

두번째 임기에서 황창규 회장이 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는 많습니다. 지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5G 상용화도 시급합니다.

또한 IPTV 가입자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장의 선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보다 앞서야 할 것은 KT의 역량을 집중하고, 해외사업에 대한 냉철한 재점검이 아닐까 싶습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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