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수위 높아가는‘사드보복’

중국의 철두철미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을 보면 참 옹졸해 보이면서도, 갈수록 그 보복의 수위나 규모가 점입가경이라 이제 두려울 정도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롯데그룹의 중국 비즈니스는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한국경제의 대표주자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중국 정부의 보복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이제 중요한 전환점이 하나 남아 있다. 그것은 다음달 예정돼 있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이다. 사드 보복이 장기화 모드로 갈지, 아니면 단발성으로 그칠지가 두 국가의 원수들에게 달려 있다는 점만 봐도 참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에게는 현재의 상황이 곤혹스럽다. 중국과 연계된 사업들이 한둘이 아니고, 이걸 하루 아침에 대체할 시장을 찾기도 힘들다는 거다.
과연 한국의 대기업들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을까?

현대차 : 사드 영향 반반
현대·기아차와 같은 자동차들은 중국 내에서 바로 불매운동이 불거지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2014년 대략 9.4%대였다고 하는데, 투싼이나 싼타페 같은 SUV의 인기도 시들해져 있고, 신차는 경쟁력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한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7.5%까지 곤두박질 치고 있는 중이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중국 사업에 있어 배수진을 치고 총 공격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중국형 SUV를 비롯해서 소형 모델인 베르나, K2 등의 신모델을 출시하고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사드 보복에 따른 불매 운동이 일어난다면, 시장점유율 회복은 물 건너 가고,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에게 추월당해 후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앞으로를 위해서 중국 내에다가 4공장을, 내년에는 5공장을 완공하면서 생산물량을 확충하려고 계획 중이다.

반대로 이번 사드 보복 역풍의 영향이 적을 거란 이야기도 돈다. 과거 2012년 중국에서 불거졌던 일본차 불매운동(센카쿠 열도 분쟁)을 비교하면, 한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가 그렇게 장기모드로 가지는 않을 거란 전망이다. 당시 도요타 불매운동으로 대략 두달간 부침만 겪었다 뿐이지, 다시 일본차의 판매량은 원상태를 회복했었다.

게다가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팔고 있는 자동차의 거의 100%가 현지 생산이란 점도 중국이 무조건적인 불매운동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로 생산시설을 짓고 있고 수많은 중국인 고용을 하고 있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섣부른 현대·기아차 불매운동에 나선 것은 쉽지 않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롯데 : 중국사업의 최대 위기
롯데그룹 같은 경우가 이번 사드 보복의 가장 큰 피해자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참으로 노골적으로 롯데를 공격하고 있는데, 롯데가 국방부랑 사드부지 교환계약을 맺자, 중국에 있는 롯데마트 23곳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동시에 내려 버렸다. 그 이유는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이었다. 불과 며칠 뒤에 39개로 늘어났다. 중국 내 롯데마트는 총 99개가 있다. 앞으로도 영업정지 처분은 확대될 조짐이라고 한다.

롯데그룹이 보복을 당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 가늠조차 안 된다. 단적인 예로 23개 롯데마트가 영업정지를 한달간 받으면 대략 230억원의 매출이 공중에 날라간다고 한다. 이는 롯데마트들의 지난해 매출을 근거로 추정한 수치다.

현재 롯데그룹 유통 쪽으로 중국에서 연간 벌어들이는 매출은 3조2000억원. 중국의 사드 보복 장기화의 경우에 아마도 롯데는 중국 사업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해외 사업에 대한 전략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저리 나온다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롯데의 해외 사업을 펼쳐 나가야 한다. 과연 롯데가 사드 문제 때문에 해외 사업의 방향을 급선회 할 수 있을까?

사실 이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나리오다.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그동안 별 신통치 않은 성적만 기록했는데, 해외 사업의 적자가 수천억원에 달하고 대부분 중국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만큼 중국에 공을 오랜 시간 들인 국내 대기업도 없다고 한다. 20년 전부터 중국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략 10조원을 퍼부었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1년~2014년 롯데그룹은 중국에서 3200억원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래서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롯데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해외 시장 공략지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는 매년 조금씩 이 지역에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롯데가 3300억원이나 들여 베트남에 최대 규모 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건설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외 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노선 변경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사드 보복을 통해 롯데가 중국사업을 축소하고 다른 해외로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롯데를 한국 재계의 5대 기업이라고 하는데, 중국 보복 때문에 이렇게 흔들리는 것은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번 기회에 내실경영과 해외시장 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전자 업계 : 오히려 기회일 수도
우리 전자 관련 대기업들은 어떨까? 일단 별 영향이 없어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전자 관련 기업들의 대부분이 한국 부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다. 또한 중국 정부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패널 공급에 불이익을 주게 되면, 아마도 수많은 중국 제조기업들이 줄도산을 할지도 모른다.

이건 한국과 중국의 전자 기술의 격차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전자 제품처럼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기술시장에서는 기술을 이끌어가는 기업이 전체 산업과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중국이 제 아무리 현지 자국 기업들에게 지원을 강화해도 벌어진 기술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요즘 중국 정부는 미래 전자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기술로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들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재미난 점은 반도체 기술에 대한 습득을 할 국가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육성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기술유출을 원천차단하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 중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술가치는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국내 산업은 중국 사드 보복의 사정권 안에 놓여 있고, 긴장의 연속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국이 한국여행을 금지하면서 당장 2만명의 한국 여행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고 알려져 있다. 거기다가 인센티브 관광이라고 해서 중국의 기업들이 수천명을 동시에 보내는 포상휴가도 잠정 중단 중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항공사는 대대적으로 중국노선 재편에 나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게임업계도 난항이 예상이 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야심차게 선보인 넷마블게임즈 같은 게임회사는 중국시장을 타겟으로 자신들의 신작을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한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 사업도 지금의 폭풍우가 어서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중국의 얄미운 사드 보복 하나 때문에 한국경제 전반이 이렇게 들썩이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우리와 그들이 멀면서도 얼마나 가까운 시장 안에 살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도 된다. 그러나 정치·외교적인 상황이 경제에 치명타를 미친다는 걸 새삼 배우게 되면서, 앞으로 정치권과 정부가 슬기롭게 이번 문제를 조기에 안정화해 주길 기대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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