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사략>을 보면 ‘사람을 관찰하는 다섯가지(五視)’가 있다. 

첫째, 평소에 친한 사람이 누구인가(居視其所親). 둘째, 자신의 부를 어떻게 쓰는가(富視其所與). 셋째,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누구를 추천하는가(遠視其所擧). 넷째,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어떤 일을 하지 않는가(窮視其所不爲). 다섯째, 가난할 때 부당한 것을 취하지 않는가(貧視其所不取).

탁월한 군주였던 위나라 문후에게 충성스런 재상 이극이 간언했던 말로, 오늘날에도 경계로 삼을 만한 말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아는 일은 그만큼 어렵기에 다양한 관점에서 시험이 필요한 것이다.

심지어 철학적으로 완성된 인물인 공자도 사람을 볼 때 실수를 했던 적이 있었다. 공자는 13년간의 유랑생활 중 많은 고난을 겪었는데, 며칠을 쌀 한톨 구경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굶주림을 참지 못해 잠깐 낮잠을 자다가 깼는데 마침 수제자 안연이 쌀을 구해 밥을 하고 있었다. 공자가 흐린 눈으로 잠깐 보니 안연이 시루 속에 손을 넣어 밥을 집어먹는 것이었다. 공자는 안연이 배고픔을 못 이겨 몰래 밥을 먹은 것으로 오해를 하고, “그 밥으로 제사를 드린 후에 먹자”고 안연을 떠보았다. 그러자 안연은 “안 됩니다. 아까 티끌 하나가 시루 속에 들어가 제가 티끌이 묻은 밥을 걷어내 먹었습니다. 이미 부정을 탔으니 제사상에 올릴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잘 알다시피 안연은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수제자였고, ‘나보다 더 뛰어난 군자’라고 인정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공자는 순간적으로 본 한 장면으로 인해 안연을 오해했다. 공자는 크게 후회하며 이렇게 말했다.

“믿는 것은 오직 눈이지만 눈도 믿을 만한 것이 못되고, 의지할 것은 마음이지만 마음도 믿기에 부족하다. 부디 명심할진대 사람을 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사람을 볼 때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리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자의 경우처럼 상황이나 환경에 의해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을 이끌고 있다면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키우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보이지 않는 것에서 그 사람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몸에 갖추는 것은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도자가 스스로 사람을 볼 능력이 없다면 결국 다른 사람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추천자의 이권이나 탐욕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외부의 추천 역시 인재 등용 측면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지도자라면 최종결정은 언제나 스스로 내려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다양한 관점에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인물지>의 저자 유소는 이렇게 말했다
“관리의 책임은 한가지 일로 여러 가지 일을 잘 조합해 처리하는 것이지만, 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 대신들에게는 어떤 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인재이겠지만, 군주에게 인재란 그 인재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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