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

스웨덴의 작은 마을 출신인 이케아 창업자는 자사의 조립식 제품보다도 더 복잡한 기업 구조를 만들어냈다.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는 지난 1943년 열일곱의 나이에 이케아를 창업했다. 잉바르의 I, 캄프라드의 K, 가족 농장 엘름타뤼드(Elmtaryd)의 E, 고향 마을 아군나뤼드(Agunnaryd)의 A를 따 사명을 지었다.

이케아의 초기 로고 중에는 국제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E’ 위에 악센트가 붙은 버전도 있었다. 세계를 향한 캄프라드의 야망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70년이 넘은 현재, 캄프라드는 여전히 이케아의 신화적 존재로 남아 있다.

이케아 문화의 상당 부분이 캄프라드로부터 시작됐다. 한 가지 예가 제품명이다. 가벼운 난독증을 앓던 그가 여러 제품의 이름을 스스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침대는 노르웨이의 지명에서, 커튼과 천 제품은 스칸디나비아 소녀, 꽃, 식물의 이름에서, 책꽂이는 직업명에서 따왔다. 이름을 지은 이유는 숫자보다 이름이 기억하기 편해서였다. 엘름울트에 있는 이케아 박물관의 가이드 유니 반베르그(Juni Wannberg)는 “캄프라드가 즐겨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캄프라드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티백 재활용, 비행기 이코노미석 탑승, 오래된 볼보 자동차 운전 등 그의 철저한 검소함에 관한 것들이다. 이런 그의 면모는 이케아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그렇다고 그의 과거에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캄프라드는 이케아의 역사를 다룬 책 ‘디자인으로 이끌기(Leading by Design)’ 저술에 참여한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독일인 할머니가 ‘히틀러의 열성적인 지지자’였기 때문에 자신도 젊은 시절 파시스트 단체인 신스웨덴 운동(New Swedish Movement) 집회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90년대에 이 사실이 밝혀지자 캄프라드는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이케아는 ‘캄프라드가 이케아와 회사의 민주주의적 이상에 평생 헌신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헌신이 그의 엄청난 부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자산 추정치는 최저 35억달러에서 최대 420억달러까지 다양하다(이케아는 전자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혼란이 생긴 이유는 이케아 매장을 운영하는 이케아 그룹과 이케아 브랜드를 소유한 인터이케아(Inter Ikea) 어느 쪽도 캄프라드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케아 및 (여러 재단을 포함한) 다른 법인체 간 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구축된 터라 회사의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절대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그의 세 아들이 부동산, 호텔 체인, 은행, 신용카드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는 캄프라드 제국의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최근 88세의 캄프라드는 40년 가까이 살던 스위스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케아는 아내의 사망이 계기가 됐다고 밝혔지만, 공교롭게도 그의 귀환은 스웨덴의 세금 제도 완화 시점과 겹쳤다. 한해 전 캄프라드는 인터이케아 홀딩(Inter Ikea Holding)의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막내아들 마티아스(Mathias)가 의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잉바르 캄프라드의 존재감은 엘름울트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케아 매장은 캄프라드 가문과 이케아 그룹의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이케아라는 브랜드 ‘콘셉트’에 대해 매출의 3%를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이는 이케아 로고, 쇼핑 경험, 이케아 고유의 가치를 포괄하는 것이다. 사용료는 전 세계 매장을 하나로 묶는 것을 넘어 세금을 두번 절감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종류의 소득 세율이 제로에 가까운 네덜란드 소재 인터이케아시스템스(Inter Ikea Systems)에 사용료를 납부하면, 모국에서의 과세 대상액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른 여러 다국적 기업들이 이케아의 이런 시스템을 모방하고 있다.

이케아 디자이너들은 생산원가 절약을 위해 가구업계 외부 전문가들과도 기꺼이 협력하고 있다. 예컨대 신형 테이블의 대량생산은 쇼핑카트 제작업체에 의뢰하고, 의자는 양동이 제작업체에 맡기는 식이다.

이케아는 다양한 곳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고 있다. 엥만은 중국 전역의 술집과 음식점에서 사용되는 접이식 탁자에 주목했다. 그는 “공짜나 다름없이 싼 다리미판 구조의 이 탁자는 가장 스마트한 테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중에는 2019년 신상품을 제작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 이케아는 미래를 만들고 있다. 

- 글 :  하제헌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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