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취임 20년 맞는 서경배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올해로 취임 20년을 맞이했다. 서 회장은 그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를 주도한 대표적인 CEO로 아모레퍼시픽을 국내 부동의 1위 자리로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도 지금 뜨거운 반응과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서경배 회장의 성공 요인을 딱 한마디로 정리하면, ‘고집스러운 한우물 파기’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지난 20년 동안 서경배 회장은 화장품 사업말고는 다른 사업으로의 외도를 하지 않는 뚝심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모는 다른 오너 집안의 2, 3세 경영자들과는 다른 것인데, 보통 가업을 물려받은 승계자는 전통적인 가업 말고도 신사업을 위해 다양한 분야로의 도전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이 이러한 뚝심 경영을 했던 것은 할머니인 윤독정 선생과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고 서성환 회장의 장인정신을 그대로 계승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윤독정 선생은 개성상인으로 1930년부터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던 분이며, 서성환 회장이 대를 이어 화장품 사업으로 확장을 했던 것이다. 

서경배 회장이 걸어온 길
아모레퍼시픽의 기원은 1945년 서성환 회장이 창업을 하면서 시작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서경배 회장이 취임한 20년 전에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서 회장은 1997년에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의 대표로 올라서게 되는데, 당시 국내 화장품 시장은 심각한 경쟁 난립을 겪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연 1986년에 시행된 화장품 수입 개방 여파였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태평양 화장품 하면 ‘방문판매 아줌마’들의 마케팅 전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 중년의 여성 마케팅 직원들이 직접 화장품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판매 영업을 했고 이것이 매출 증대효과의 원동력이 됐었다. 그런데 수입 화장품이 득세를 하면서 방문판매의 파급력이 주춤거리고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나름 자리를 잡고 잘 나가던 태평양도 구조조정이라는 뼈 아픈 체질 바꾸기에 돌입하게 된다. 그래서 당시 태평양돌핀스, 태평양증권, 태평양전자, 태평양패션 등의 비 화장품 계열사들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1993년부터 태평양의 기획조정실 사장을 지냈던 서경배 회장이 선친에게 강력히 설득한 결과물이라고 전해진다.

서경배 회장으로써는 난립하는 경쟁업체와 해외 고급화장품의 범람 속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이에 기능성 화장품 개발로 난국을 헤쳐나갈 전략을 구축하고 ‘아이오페’ 브랜드와 한방 화장품인 ‘설화수’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던 화장품 시장에서 통하기 시작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입지 다지기가 성공을 하게 된다.

서 회장의 뚝심 경영은 높은 성과로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그 성장세를 이야기하자면 1996년 6462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5조6976억원으로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영업이익은 무려 21배 가까이 증가했다. 1996년 영업이익 522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1조828억원으로 불어났던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화장품(뷰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있는가 하면 대략 10~15위권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마케팅과 브랜딩을 기반으로 한 미국과 유럽의 화장품 브랜드 사이에서 동방의 개성상인으로 출발한 아모레퍼시픽이 이 정도 지위까지 올랐다는 건 실로 장족의 발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14개 국가에 19개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장만  3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경배 회장의 뚝심 경영은 글로벌 경영으로 성장 중이다.

수출을 통해 성장 날개 달아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결국 수출기업으로 변신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1996년 아모레퍼시픽은 겨우 94억원의 수출만 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국내 시장에만 의존했던 내수기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2016년 아모레퍼시픽의 수출 규모는 얼마나 불어났을까? 무려 1조6968억원으로 180배가 넘게 껑충 뛰었다.

수출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강력한 브랜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수출 무기는 바로 설화수였다. 설화수라는 단일 브랜드만으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외에서 매출 1조원 넘게 벌어들이고 있다. 이밖에도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는 브랜드로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을 출격시켰고 글로벌 브랜드로의 기반 조성에 성공을 하게 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집중을 했던 수출 시장은 중화권이었다. 중국에서 아모레의 인기는 상당하다고 한다. 2011년부터 설화수와 이니스프리 등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화장품 시장을 개척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라네즈, 마몽드 등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아세안을 비롯한 북미 시장에 대한 수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중동 시장(두바이 거점)과 유럽에도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서경배 회장의 글로벌 경영은 현재 진행형이자, 이제부터 시작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화장품 브랜드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계 경영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연구개발에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한해 투입하는 화장품 개발 비용은 무려 13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미 2010년에 연구개발의 핵심 시설이 ‘미지움’을 설립해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오는 2020년에는 용인에 ‘뷰티산업단지’라는 대규모 연구시설을 확장한다고 한다.

과거 태평양 화장품의 명성을 이끌었던 방문판매의 전략도 서 회장은 계승하여 발전시키는 중이다. 1996년 방판 인력은 7000명대 수준이었는데, 현재 아모레 카운슬러라는 이름으로 3만5000여명의 인력이 유통망을 더욱 넓히는 중이다. 이밖에도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 헤라 등은 전국 백화점에서 상당히 고급 브랜드로 대접을 받고 있으며,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별도 오프라인 매장 수만 전국에 3000개가 넘게 운영 중이다. 실로 20년 동안 장대한 발전을 해온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20년의 성공을 위해
서경배 회장은 지난 2월 20주년 행사를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을 담은 ‘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라는 책을 선보였다. 거기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비전 2025’가 담겨 있는데, 그 비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원대한 기업으로 성장하자는 각오였다.

그렇다면 20년전, 서 회장이 내세운 그룹의 비전은 무엇이었을까? 미와 건강 분야의 브랜드 컴퍼니로 크자는 것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20년 동안 한국의 미와 건강 브랜드를 다잡는데 분명 성공했다.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원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 그 기반에는 가업으로 내려오고 있는 뚝심경영과 화장품에 집중하는 고집스러운 경영철학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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