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국회 합의 수용 불가”… 보완 후 단계적 시행 촉구

“52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하는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생산직으로 인력난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들이 납기·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휴일특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에서 각 당이 토·일요일을 포함한 주 7일을 모두 ‘근로일’로 정의하는 법문을 명시해 주 근로시간의 허용치를 52시간으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중소기업계는 이 같은 합의에 중소기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4년 유예기간에도 민사책임 발생
중소기업단체협의회(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는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장시간 근로 관행의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인력 부족과 생산량 감소, 비용증가 등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청해 왔다”면서 “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국회 환노위 합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므로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이번 국회 합의가 전체 사업장의 99.5%를 차지하는 30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고 4년의 유예기간도 면벌기간으로 민사책임은 즉시 발생하는 등 사실상 규모별 준비 단계를 두지 않은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중소기업계는 “기업경쟁력과 근로자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단계적 시행, 연장근로 특례 및 할증수당 조정 등의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소기업계는 우선 근로시간 단축 적용구간을 기업규모별로 세분화해 6단계로 하고, 노사합의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등 보완방안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건비 상승과 장시간 근로 선호의 주 원인이 되고 있는 초과근로 할증률을 항구적으로 25%로 인하하고 장·휴일근로가 중첩될 경우 가산 수당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되, 중복할증은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족인력 보충에 연 12조 발생
중소기업계는 “국회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기업규제 강화 일변도의 포퓰리즘에 입각한 법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 노동시장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노동법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면서 “파견규제 완화, 임금체계 연공성 완화, 해고 유연화 등 저성장 시대에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선진적인 노동시장 조성을 위한 개혁을 적극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68시간(기본 40시간+연장·휴일 28시간)인 주 근로시간을 52시간(40시간+12시간)으로 줄였을 때의 부족 인력을 보충하는데 연간 12조3000억원의 직간접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0인 미만 중소사업장이 8조6000억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 총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했다.

환노위, 쟁점사항 추가 논의키로
특히 산업별로는 초과근로가 가장 많은 제조업에서 총 비용의 60%에 해당하는 7조40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뿌리산업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사람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인력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주변 기업인들의 우려를 전했다.
그는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당장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가동률 저하로 생산량에 차질이 생겨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등 기업 경영 전반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는 지난 23일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300인 이하 사업장에 8시간 특별연장근로 4년간 허용 등 쟁점을 놓고 각 당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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