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기철 시인은 벚꽃을 즐기며 잠시 생애를 벗어 놓으면 삶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노래한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벚꽃이 앙증맞은 웃음을 짓고 있다.  

50대 이상 중장년들은 이맘때면 창경궁의 밤을 떠올릴 것이다. 청춘 시절, 불빛 사이로 눈처럼 쏟아지는 벚꽃잎을 맞으며 걷던 창경궁의 밤은 꿈같은 추억이다. 설사 추억이 없으면 어떠랴. 시인의 노래처럼 이 봄, 벚꽃 아래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푹 빠져 보면 되지 뭐. 서울시내에서도 벚꽃 축제가 열리니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도 없다.

벚꽃비 내리는 석촌호수 … 스위트 스완과 영화감상도
롯데월드 앞 석촌호수에는 해마다 봄이면 ‘벚꽃 터널’이 생겨난다. 상큼한 향기 속에 연분홍 봄을 즐기려는 이들이 몰려드는 까닭이다.

서울시 송파구는 오는 9일까지 봄의 향연인 ‘2017 석촌호수 벚꽃축제’를 연다. 공연, 영화상영, 체험행사 등 화려하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했다.

올해 축제엔 석촌호수 동쪽에 ‘스위트 스완’(Sweet Swan)이 떠 시민을 맞이한다. 스위트 스완은 네덜란드 설치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으로, 엄마 백조와 아빠 백조가 부리를 맞대고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커다란 하트 형상으로 연출했다. 호프만은 2014년 석촌호수에 띄워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란 고무 오리 ‘러버덕’의 작가다.

휴일인 8∼9일은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케이팝 공연은 물론 동춘서커스, 경기도립무용단, 송파구립민속예술단, 소리사위 등 전통예술 공연이 펼쳐진다.월∼목요일 오후 7시 동호 중앙무대는 벚꽃영화제장으로 변신한다. △4월이야기 △꽃피는 봄이오면 △봄, 눈 △초속5센티미터 등 봄영화가 상영된다. 호수 곳곳에 수공예 아트마켓, 캐리커처, 페이스 페인팅, 캘리그라피, 벚꽃 캔들 만들기 등 체험 행사가 진행되며, 푸드트럭도 들어선다.

한편 석촌호수는 봄이면 왕벚나무 1000여그루가 화려하게 꽃을 피운다. 특히 축제 기간엔 벚꽃이 호수를 둘러 2.5㎞의 하얀 벚꽃 터널을 만들어 낭만적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여의도서 어화둥둥…‘이리 오너라! 꽃과 놀자!’
서울시내 벚꽃 명소인 여의도에서도 오는 9일까지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이리 오너라! 꽃과 놀자!’ 주제에 맞게 ‘복고’ 콘셉트로 공연, 전시, 체험, 퍼레이드 등을 마련했다. △추억의 롤러장 △만화방·놀이방 △역전다방 △교복·한복·웨딩체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추억의 롤러장은 주간에는 롤러장으로, 야간에는 고고장으로 운영, 중장년층의 추억을 끄집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축제 행사장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5호선 여의나루역 △2호선 당산역을 이용하면 바로 연결된다. 축제 기간에 IFC몰, 타임스퀘어 등과 연계한 ‘2017 관광그랜드세일’도 운영되니 식·음료, 숙박시설 이용료 할인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다만 10일 정오까지 국회 뒤편 여의서로 1.7㎞ 구간과 서강대교 남단 하부도로에서 여의하류IC 지점까지 1.4㎞ 구간이 통제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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