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구글 행보 따라가는 네이버

요즘에 네이버가 제2의 창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근 IT 전문가를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웠고, 조직의 구조와 기능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바 있다. 또한 기존 인터넷 포털 서비스 중심에서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등 비 인터넷 포털 사업에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세계 최대 ICT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과 비슷해 보인다. 과연 네이버는 한국의 구글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선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28일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의 미래 목표와 경쟁자 그리고 조직의 변화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했기에 그렇다.

한 대표는 “국내에서는 최강이라고 말들 하지만 네이버가 3년 뒤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랩스’로 미래를 연다
이날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의 앞으로의 먹거리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한 대표의 경영 메시지를 현실로 만들어낼 조직은 다름 아닌 ‘네이버랩스’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1월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네이버랩스는 네이버 안에서 자율주행차와 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을 연구개발해 온 조직이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1월2일 별도법인으로 떨어져 나왔는데, 원래 이 조직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까지만해도 네이버의 검색, 게임 등의 미래기술을 연구개발하던 곳이다. 지금은 당연한 기술이긴 하지만 당시만 해도 최신 미래형 기술들을 개발했는데, 그 예로 카메라로 외부 형태를 인지해 검색결과를 내놓거나, 음성인식의 결과를 도출하는 기능을 만들어냈다.

법인 분리 후에도 네이버랩스가 네이버의 두뇌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네이버 포털 사이트의 각각의 카테고리와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과 동영상 SNS ‘스노우’ 등의 원천기술의 대부분이 바로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프트웨어(SW)에만 강점을 보일 줄 알았던 네이버랩스가 더 크게 주목을 받은 계기는 지난 2월에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의 허가가 나면서인데, 이는 국내 IT기업 중에 최초의 일이었다. 지난달 31일에 열린 ‘서울 모터쇼’에서도 처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네이버가 기술기업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어찌 됐든 기술기업으로의 변신 원동력도 네이버랩스다.

네이버랩스는 로보틱스,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국내 최고 수준의 3D 전문기술 기업인 ‘에피폴라’를 사들이면서 가상현실, 홀로그램 기술력을 확충했다. 그래서 요즘 네이버가 벌이고 있는 사업을 보면 기존에 안정적인 인터넷 사업만 하던 이미지에서 흡사 벤처기업 같은 모습을 여럿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구글을 닮아가는 네이버
네이버의 최근 변신에 대해 한쪽에서는 구글의 행보를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구글은 포털 검색 서비스와 연계한 유튜브라는 동영상 서비스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라는 확실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는 ICT 글로벌 기업이다. 구글은 10년 전부터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드론, 인공지능, 스마트홈, 헬스케어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미래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에게 네이버랩스가 있다면, 구글에게는 구글 엑스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은 2015년 ‘알파벳’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기업의 구조를 바꾸는데, 이때 내부 연구소였던 구글 엑스를 별도 법인화하면서 알파벳의 계열사로 만들게 된다. 구글 엑스도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비밀연구소로 구글 무인차, 구글 글래스, 구글 드론 등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던 곳이었다.

네이버랩스가 구글 엑스와 같이 모기업인 인터넷 전문회사를 기술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간 쌓아올린 여러 데이터와 SW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융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일본에 있는 네어버의 자회사 라인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도 네이버의 미래 서비스다. 쉽게 말해 네이버는 거실 스피커에서도 음성을 통해 네이버의 무궁한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야심이 있다.

13년 만에 이사회 의장도 바꿔
이는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바꾸고 미래로 나아가는 세부 전략을 다듬을 수 있는 것은 최종 권한자들이 대대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느냐 짐작을 해 본다.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13년간 맡아온 의장직을 최근 외부 인사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으로 바꿨다. 그리고 네이버는 판사 출신이었던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의 후임으로 한성숙 대표를 선임했다. 이것은 완전한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원래 인터넷 기업이나 게임 업체의 이사회 의장이란 직은 단순히 이사회를 주재하는 의장 역할을 뛰어넘어 사업을 결정하고 리드하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리라고 한다. 그래서 카카오의 김범수 창업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것도 최대 권한을 발휘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변대규 의장 중심의 네이버는 아닐 것이다.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IT 벤처 1세대라고 하지만 이에 못지 않은 기술 전문가인 한성숙 대표의 역할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예전 엠파스 인터넷 회사에서 검색사업본부장을 지낸 이후 네이버에 들어와 검색품질센터 이사, 서비스 총괄 부사장 등을 맡았는데,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실무 이해력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한 대표는 지난해 대표 내정 이후 수많은 투자와 신사업을 추진했는데, 정리해 보면 △프랑스 음향 업체 드비알레 지분 인수 △3차원 지도 업체 에피폴라 인수 △홈 로봇 제조회사 윈클라 지분 인수 △YG엔터테인먼트 1000억 투자 △소프트뱅크벤처스와 500억 규모 미디어·콘텐츠 분야 펀드 조성 등이다. 대략 반년 사이에 네이버 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다.

네이버는 요즘 분위기가 좋다. 네이버의 최대 수익처는 물론 광고 사업인데, 지난해 광고 수익이 늘어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해 1조1000억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매출은 4조원이 조금 넘어 전년 대비 23%나 증가했는데, 매출 4조원 돌파도 역대 최초 실적이라고 한다. 여기서 광고 수입만 3조원이라고 하니 실로 입이 쩍 벌어질만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첫 영업이익 1조 돌파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실적 추세라고 한다면, 2년 안에 네이버가 매출 5조원을 돌파하는 건 문제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네이버는 지난 1999년 삼성SDS의 사내 벤처였다가 독립한 곳이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가 지금의 네이버처럼 성장할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네이버는 2000년 한게임을 인수하면서 검색과 게임의 양대 사업을 구축했고 온라인 게임이 성장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게임에서 벌어 올린 수익으로 검색 기술을 강화하는데,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해도 카카오의 다음과 비등한 실력이었다. 그러다가 급격하게 성장을 하면서 다음을 따돌리고 국내 검색시장의 75%를 차지했으며, PC는 물론 모바일 환경에서도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최근 준비하는 미래형 사업들이 길게는 5년 짧게는 1, 2년 안에 네이버를 어떻게 변신시키고 성장시킬지는 정말 아무도 모를 것이다. 비즈니스를 예측하는 것은 아무리 예리한 데이터를 들고 와도 분명하지 않기에 그렇다. 그런데 네이버의 성공을 예상해 보면 긍정적인 결과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다. 네이버가 그간 걸어온 길이 앞으로의 성공을 예측하게 만든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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