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근로시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피해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주 5일 근무가 정착돼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지금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탓에 근로자들이 초과근무를 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또한 근로자의 임금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계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우려하는 상황은 크게 세가지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더 커질 것
우선 갈수록 심화되는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비 임금 수준은 1997년 77.3%에서 2016년 62.9%로 내려갔다.

지난달 30일 고용부가 발표한 ‘월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 기간 대기업(상용 근로자 300인 이상) 근로자는 1인당 급여 총액이 평균 679만9000원, 중소기업(300인 미만)은 평균 348만5000원을 각각 기록해, 임금 차이가 331만4000원에 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월평균 임금 감소폭도 중소기업 4.4%, 대기업 3.6%로 중소기업이 더 높다. 강력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은 감소된 임금만큼 다른 방법의 보전책을 요구할 것이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도 없다.

이처럼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연장근로에 의해 어느 정도 보충해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갑자기 아무런 보완책 없이 2단계로 시행하는 안을 발표했다. 노사정 합의 안에서 마지막 적용단계인 100인 미만 사업장이 99.5%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시행단계를 세분화해도 모자랄 판인데, 300인 미만 사업장에 한꺼번에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때와 같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영세사업장 비중을 고려해 300인 미만 사업장을 100인, 50인, 20인을 기준으로 4단계로 세분화하고, 필요한 경우 노사합의로 주 8시간 내에서 추가근로가 가능하도록 완충장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 뿌리산업 고사위기 직면
근로시간 단축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국회의 기대와 달리 중소기업계의 인력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기준 중소기업의 부족인원은 26만명, 채용공고를 내고도 뽑지 못한 인원이 8만명에 달한다. 특히, 도금·금형 등 뿌리산업의 경우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업종 특성과 촉박한 납기일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외국인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뿌리산업의 경우 근로시간을 합의안대로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현 2교대 근무를 3교대로 인력운용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합의안대로 근로시간 단축 안이 시행된다면 중소 뿌리산업은 고사위기에 직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휴일근로가 불가피한 뿌리산업의 경우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중복할증도 문제다.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100%로 늘리면 연간 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할 금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하고, 불필요한 추가근로도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 기업 부담이 연간 12조3000억원 늘어나며 이 중 70% 정도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계는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현재와 같이 50%로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노동기구(ILO) 권장 기준인 25%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산비용 증가 中企 줄도산 야기
추가 인력확보에 따른 생산비용의 증가는 결국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유럽(32시간)에 비해 52시간이라는 단축 근로시간도 많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럽은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졸과 고졸 간의 임금 격차가 거의 없다.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근로자의 불만이 없다. 여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 생산성인데 장시간 일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근로현장의 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60% 선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그러나 생산성 문제는 근로현장의 인력관리운용과 생산설비시스템의 문제에 기인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체계화된 기술인력 양성교육이나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스마트 공장 생산시스템 등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구축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이런 효율적인 생산시스템도 갖추기 전에 근로시간 단축을 맞이한다면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줄도산이 예고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산업계는 물론 사회적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일이 없도록 보완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논의돼 온 파견규제 완화, 해고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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