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대선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게 안보와 국방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열심히 뛰어야 생긴다. 창업과 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 이외에 달리 길이 없다. 일자리는 정치인이나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 그런데도 경제성장과 기업 활력을 말하는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감축 필요성이 큰 데도 공공부문에 일자리를 늘이려고 하는 건 세금으로 일자리 늘이려는 것이지 올바른 처방일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라. 법인세 인하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을 말하고 외국기업에게 미국에 투자하라고 강권하는가 하면 해외진출 미국기업에게 돌아오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 기업 때리기와 기업 옥죄는 규제는 여전하다. 규제와 고비용과 강성노조는 기업을 해외로 내몬다. 일자리가 늘어날 까닭이 없다.

경제도 일자리도 지속적으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노력이 있어야 결실을 본다. 정치인들의 시계(時界)는 단기적이다. 미래를 말하지만 그건 말뿐이지 임기 중에 효과를 낼만한 정책에만 초점을 맞춘다. 5년 임기의 정권이 들어서면 전 정권의 정책을 폐기하거나 무시해 정책이 승계되거나 축적되지 않는다. 언제나 신장개업하는 식이다. 국회의원도 다음 선거에만 초점을 맞추고 표를 쫓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

지난 임시국회에서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산업계의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는 한발 물러섰다. 법안이 폐기된 것은 아니다. 다음 정부에서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근로시간이 긴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렇게 일해서 이 정도까지 왔다. 이를 개선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다. 그런데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까. 그렇지 않다는 게 선진국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감소를 가져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산업현장은 추가 고용보다는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이거나 기계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 결과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이 채용 공고를 내고도 채우지 못하는 부족 인력이 8만명에 달한다. 중소기업 산업현장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어렵다는 걸 말해준다. 특히 지방 공장들은 현실적으로 구인난을 심하게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이렇다.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하면서도 임금을 삭감할 것인가에는 말이 없다. 과거 노동계의 압력으로 정년연장을 의무화하면서 임금 피크제는 손대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 사례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근로시간은 줄이되 임금은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선후보도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임금은 누가 주는가. 기업이 부담한다는 걸 모른다는 것인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늘이려면 그만큼 임금을 삭감하거나 삭감한 시간만큼 ‘계약직’ 노동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임금을 삭감한다면 근로자에게 이로울 게 없다.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비용부담은 연 8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계는 구인난에 1~2명 채용도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수십명을 어떻게 어디서 뽑을 것인가.

제발 기업에 힘을 보태는 정책부터 시행하라. 기업을 때리면서 일자리 이야기는 하지 마라. 기업 때리기를 개혁으로 착각하지 마라. 경제와 일자리는 정치인의 설익은 아이디어로 돌아가지 않는다. 정부가 할 일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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