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시대에 최고의 실권자로 알려진 여불위가 천하의 현명한 사람들을 모아서 만들었던 <여씨춘추>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 있다.

복부제 자천이 단보(亶父) 땅을 다스리는데, 종일 거문고만 연주하고 몸이 대청 아래로 내려간 적도 없지만 잘 다스려졌다. 전임자였던 무마기도 단보 땅을 잘 다스리기는 했지만 별이 지기 전에 나와서 별이 뜰 때까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힘들여 일해야 했다. 무마기가 그 비결을 묻자 자천이 대답했다.

“나의 다스림은 사람을 쓰는 것이고, 그대의 다스림은 힘을 쓰는 것이요. 힘을 쓰는 사람은 당연히 피곤하고, 사람을 쓰는 사람은 편안한 법이오.”

이 고사가 실려 있는<여씨춘추>는 이렇게 해설하고 있다.
“자천은 자신의 몸을 편안케 하고, 안목을 온전히 하며 마음상태를 평안하게 유지했다. 그런데도 백관은 잘 다스려졌고 백성들은 의롭게 됐으니 그는 오직 자신이 터득한 요령만을 썼을 뿐이다. 그런데 무마기는 자신의 삶을 피폐하게 하고 정기를 마구 소모해 손과 발을 피곤하게 만들고, 이런저런 번거로운 훈시와 명령을 내렸다. 비록 잘 다스려지기는 했으나 지극한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자천은 공자로부터 ‘군자’로 인정을 받은 제자였다. 공자의 수많은 제자 가운데 군자로 인정을 받은 제자가 몇명 되지 않는 것으로 미뤄보면 대단한 인물일 것이다.

<논어>에는 유일하게 〈공야장〉에 등장하는데, 여기서 공자는 “군자로다, 이런 사람은! 노나라에 군자가 없었다면 이 사람이 어디서 이런 덕을 가지게 됐을까”라고 자천을 평하고 있다. 그러면 공자는 왜 자천을 군자로 인정하게 됐을까? <사기>열전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자천은 선보의 읍재로 있었는데 공자에게 들러서 말했다.

“그곳에는 저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다섯이 있는데, 저에게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공자가 대답했다.
“애석하구나, 자천이 다스리는 곳이 작아서. 더 큰 곳을 다스려도 될 텐데.”
대단한 칭찬이다. 공자는 자천이 직접 일을 하기보다는 자기보다 더 뛰어난 다섯 사람을 찾아서 겸손하게 일을 배우고, 그들이 일을 할 여건을 만들어준 점을 칭찬한 것이다. 물론 이들이 능력과 자질 등 모든 면에서 자천보다 뛰어난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각각 전문분야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자천에게 가르침을 줬고, 자천 역시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도움과 기회를 줬을 것이다.

요즘은 강한 리더십으로 부하들을 이끌어가는 리더보다 조용하면서도 온화하게 부하들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감성적인 리더가 각광을 받고 있다. 산업화시대에는 일사불란하게 부하들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 형 리더가 필요했다면, 지식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토록 하는 리더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때 리더에게 필요한 능력은 사람들을 각각 재능에 맞게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이다. 자신은 사람들  간의 인화를 조성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조직의 미래 비전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스스로 일에 빠져서 도무지 생각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미래를 위한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지도자에게 여유가 필요한 이유다.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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