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프 스토리] 리노공업

1978년 비닐 봉투로 사업을 시작한 이채윤 리노공업 사장은 헤드폰 부품, 미니 카세트용 완충기, 카메라 케이스, 스프링 콘택트 프로브 등의 업종을 거치며 사업가로서의 근육을 키워나갔다. 현재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은 1987년. 당시 리노공업은 일본의 소니, 산요, 마쓰시다 등에 포장재 같은 부자재를 납품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에 갈 기회가 있었어요. 중국이 우리를 따라잡는 건 시간 문제겠더군요.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여명의 직원들과 매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찾은 아이템은 PCB(Printed Circuit Board·인쇄 회로 기판) 검사 핀이었다. 리노공업은 그동안 조금씩 해오던 다른 업종을 모두 접고 여기에 매달렸다. 이론적 지식도 없고, 설비는 물론 인력도 부족했지만 일본 모델을 베껴서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를 만나면서 현재 리노공업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 검사용 프로브와 테스트 소켓을 만들게 됐다. 1995년에는 반도체 검사용 IC(Integrated Circuit·집적 회로) 테스트 소켓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 법인으로 전환하고 전 제품을 ‘리노’라는 브랜드로 통일했다.

머리카락에 구멍 뚫는 사람들
리노공업이 생산하는 핀과 소켓은 반도체 테스트 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소모성부품이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직경 0.075㎜ 핀 안에는 그보다 가는 절반 정도 크기의 스프링이 들어 있어 반도체 등 전자 제품의 전기가 잘 흐르는지 여부를 체크한다. 플라스틱 소켓과 여러개의 테스트 핀으로 이뤄진 리노 소켓은 반도체 IC 검사용으로 쓰인다. 리노공업은 처음에는 핀만 생산하다가 핀이 들어가는 소켓까지 분야를 넓혔다. 반도체 메모리와 속도에 따라 소켓 크기와 모양, 거기에 들어가는 핀의 양이 달라지는데, 아주 정밀한 것은 6×6㎜ 소켓 안에 제각각 기능을 달리하는 핀이 3600개나 들어 있다. 그야말로 초소형 초정밀 제품이다.

리노공업은 처음엔 설계 도면을 받아서 그대로 제품을 만들다가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설계부터 완제품까지 전 과정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일괄 공정 시스템은 원가를 절감하고 납품 기간을 앞당겼다. 품질 면에서도 리노공업의 제품은 단연 우수하다. 가격이 일본 제품보다 20% 정도 비싸지만 다른 제품 두개를 쓸 때 한개만 쓰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적이다. 국내외 1000여 기업에 2만여개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리노공업의 저력은 여기서 비롯된다.

리노공업은 아직 미국에 법인이나 지사가 없어 직원들이 출장을 가거나 현지 고객 응대를 할 때 불편한 점이 많았다.

반도체 문외한 세계를 정복
2013년 월드챔프 사업에 참가한 이후 실리콘밸리 무역관이 운영하는 IT 센터에 입주해 장기 출장자들의 상시 업무 공간과 고객들에게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어 미국 진출에 도움이 됐다.

실리콘밸리 무역관의 직접적인 도움도 크다. 지난 2014년에 리노공업을 다녀간 월드챔프 담당자는 이후 많은 글로벌 기업 담당자와의 미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리노공업은 실리콘밸리 무역관과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주문량이 가파르게 상승해 최근 몇 년 간 대미 수출액이 연 평균 10~15% 성장하기도 했다.

리노공업은 해외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주축으로 일본, 싱가포르, 대만, 독일 등 전 세계 21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반도체 장비 검사용 핀과 소켓 시장 점유율 1위로, 전 세계 유명 반도체 기업 대부분이 리노공업과 거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글로벌 20대 반도체 기업 중 다수의 기업에 가장 많은 양의 제품을 공급하는 제1밴더사로 리노공업이 당당히 등록돼 있다. 이러한 성과로 리노공업은 지난해 11월 ‘5천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사장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지금의 성과를 이룬 비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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