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사내 벤처 키우는 대기업

대개 혁신은 작고 민첩한 조직에서 일어난다고 여겨진다. GE, IBM, 코카콜라 같은 업체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대기업들은 사내 ‘벤처기업’ 설립을 통해 창의성이라는 묘약을 얻으려 하고 있다.

필립 호노비치(Phillip Honovich)는 신생기업의 여느 직원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낸다.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고, 고객을 위해 제품을 판매한다. 일하는 사무실 또한 뉴욕시 IT 업체가 모인 지역에 있다. 구조변경이 용이한 공간에서 9명의 팀원과 함께 일한다.

사무실에는 실패를 통해 교훈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나 그는 신생기업 직원이 아니다. 연간 매출이 95억 달러에 달하는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직원 1만명 중 한 명이다. 맨해튼빌 칼리지(Manhattan ville College)를 졸업한 호노비치는 3년 전만 해도 신생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50년간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마스터카드가 숍디스(ShopThis)라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그를 영입했다. 숍디스는 사람들이 디지털 잡지를 보면서 제품을 곧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숍디스는 마스터카드 랩-지난해 9월 뉴욕에 3층 규모의 사무실을 오픈했다-이 추진 중인 10여개의 사업 중 하나다. 호노비치는 “분위기가 신생기업과 정말 비슷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있다. 코카콜라, GE, IBM, 메트라이프, 몬델레스 인터내셔널, 시스코, 타이코 인터내셔널 같은 업체들이 지난 2년간 신생 사업이나 벤처업계의 아이디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마스터카드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몇몇 업체는 2011년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혁신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경영진을 패널로 활용해 사내 신생사업 아이디어에 투자금을 지원했다.

과거에는 스컹크워크(Skunkworks)라는 방식을 통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별도의 단독체계로 구성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은 좀 다르다. 새로운 독립체계 자체의 수익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다수의 중간 관리자를 갖추고 이미 자리가 잡힌 운영업무에도 신생기업의 분위기를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이런 접근법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대부분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작한 지 겨우 몇개월 된 경우도 있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 사업들도 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수십년 된 대기업들이 젊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정적인 사람들이라면 대기업이 우스꽝스러운 중년의 부모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걱정할 것이다. 10대 자녀들에게 자신이 아직 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딱 붙는 옷을 입고, 보기에도 민망한 춤을 추는 부모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현재는 실리콘밸리의 사고방식을 유입하는 중이다. GE는 500명의 코치를 통해 경영진에게 리스크 감수나 시행착오의 개념을 교육하고 있다. 몬델레스는 브랜드 매니저를 파견해 사내 신생사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그 운영방식을 습득하게 하고 있다. 방재 및 경비업계 대기업 타이코는 벤처투자자를 초빙해 신생기업의 행동방식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더 민첩해지길 원하지만, 사업가 정신을 갖춘 기존 직원이나 새로운 인재도 얻고 싶어한다. 미래학자이자 ‘미래의 스마트: 세상을 바꿀 게임 체인징 트렌드 관리’의 저자인 제임스 캔턴(James Canton)은 “1980년 초부터 2000년 초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의 90%가 대기업보다 신생기업에서 일하길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를 차지하려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생기업에는 신선하다는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 매출 460억달러 규모의 대기업인 코카콜라는 외부 기업가들과 힘을 합쳐 자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 한가지 사례가 워놀로(Wonolo)다. 매장에 코카콜라 제품을 다시 채워달라는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위한 임시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우버 같은 서비스다.

규모가 1490억달러에 달하는 GE는 조금 더 신생기업의 모습을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네티컷 주 페어필드에 있는 본사 울타리를 없애고, 열린 업무공간을 만들어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CEO인 제프리 이멀트의 식사공간까지 개조해 ‘혁신 공간(Innovation Hangout)’이라 불리는 장소를 만들었다. 이곳은 이케아의 소파와 높은 테이블은 물론 화이트보드도 갖추고 있다.

GE 관계자는 “사람들에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속에 신생기업들이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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