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의 지난해 투자가 두자릿 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무려 13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지난 4일 국내 30대 그룹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66개 계열사의 유·무형자산 투자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총 투자액은 60조69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13조3991억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 그룹 중 LG만 투자 늘려
지적 재산권 등이 포함된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액은 4464억원으로 6.1% 늘었지만, 설비와 직결된 유형자산 투자액은 20.7%(13조8456억원)나 급감했다.

그룹별로 보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을 제외한 29개 그룹 중 절반이 넘는 17개 그룹이 투자를 줄였고, 12개 그룹은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투자액은 8조4131억원으로 1년 새 53.4%(9조9352억원)나 줄었다.

현대차그룹의 무형자산 투자액은 13.5%(2652억원) 늘었지만, 유형자산 투자액은 무려 61.6%(9조9003억원)이나 급감했다.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에 따른 비용(10조5500억원) 처리가 2014년부터 2015년에 걸쳐 마무리돼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삼성그룹과 SK그룹의 투자도 전년 대비 각각 10.4%(1조7625억원), 11.5%(1조4193억원) 줄었다. 두 그룹 모두 1조원 넘게 투자 규모를 감축한 것이다. 이들 3대 그룹의 투자 감소액(12조5170억원)은 30대 그룹 전체 감소액의 95.6%를 차지했다.

GS그룹과 한진그룹의 투자도 전년 대비 각각 38.4%(8230억원), 33.5%(4433억원) 줄었다. 감소액으로 보면 상위 ‘톱5’에 포함된다.

반면 LG그룹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14.2%(9907억원) 늘어난 7조9087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그룹 중 투자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

에쓰오일(4119억원, 62.4%)과 롯데(4056억원, 21.8%)도 4000억원 이상씩 투자를 늘렸고, 포스코(1247억원, 6.5%) 역시 1000억원 이상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美·中 국내투자도 ‘내리막’
대기업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을 보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은 38억5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같은 감소는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이 주도했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은 신고액 3억6500만달러, 도착액 1억9300만달러로 각각 33.5%, 42.6%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경제·통상정책,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개발도상국 투자가 전반적으로 주춤하면서 한국투자 또한 위축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각종 정치 일정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반적인 대외 투자가 주춤했다. 사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 속에서 중국의 한국투자는 신고액(1억6300만달러)과 도착액(4100만달러) 모두 56.4%, 17.9%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외국인투자가 2년째 급속히 줄고 있다. 지난 1분기 제조업 투자액은 9억7100만달러(신고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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