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물열전] 이연택 이디연 대표

블루투스 스피커는 레드오션 시장에 가까운 업종일 수 있다. 만들기가 까다롭지 않다. 블루투스와 스피커의 접목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마음만 먹으면 기술 전담부서가 따로 없는 영세 제조기업의 경우에도, 오늘 사업에 뛰어들어 다음달부터 완제품을 포장할 수 있다. 어쩌면 평범한 개인이 나서서 전혀 새롭고 재미난 블루투스 스피커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광화문 우체국빌딩 5층에 입주해 있는 이연택 이디연 대표가 그런 경우다. 그가 처음 블루투스 스피커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연택 대표는 당시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주변 사람들이 스피커든 이어폰이든 음악을 들을 때 오래 듣는 걸 피곤해 하더라고요. 그래서 인간의 청력과 관련한 연구 서적들을 탐구하기 시작했었죠.”

이 대표는 집에 있는 스피커를 분해하고, 인터넷으로 각종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매해 제품마다 차이점을 연구했다. 그리고 사람이 느끼는 가청 주파수에 비해 디지털 기기들이 내뿜는 주파수는 고음역대라 우리의 귀가 쉽게 피로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음질의 차이는 어떻게 갈리는 걸까. 이연택 대표는 “고가의 스피커일수록 한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스피커 안에 빈 공간이 많았다”며 “저음을 만들어내는 울림통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음질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연택 대표는 빈 병이 울림통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빈 병에 뚜껑처럼 끼워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블루투스 스피커가 안고 있는 음질에 대한 부담을 말끔히 씻을 수 있다고 깨달았다.

그렇게 탄생한 설계 시안이 코르크(Cork)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코르크는 테니스공보다 작은 데다 무게가 76g에 불과해 휴대하기 편하다. 빈 병 위에 뚜껑 대신 끼우면 병을 울림통 삼아 묵직한 소리를 낸다. 쉽게 설명하면 빈 병이 저음을 내는 우퍼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빈 병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대표가 코르크 스피커를 직접 시현했다. 그의 앞에는 몇 개의 각각 다른 크기의 빈 병이 있었다. 먼저 코르크를 그냥 작동시켜 음악을 들었다. 일반적인 블루투스 스피커의 소리였다. 이어 이 대표가 작은 병에 코르크를 얹자 갑자기 음색이 달라졌다. 작은 동굴 안에서 듣는 기분이었다. 큰 병으로 옮기자 이번엔 음악 소리가 깊은 동굴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 대표는 강조했다. “4만원 이하 블루투스 스피커 중 가장 휴대하기 쉽고 음질이 좋은 제품입니다.

경진대회 통해 사업의 길 나서
이연택 대표가 사업에 나서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아내 이진아 씨 덕분이었다. 남편의 블루투스 스피커 시안을 들고 창업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도전! K-스타트업’에 참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국방부, 중소기업청 등 4개의 정부기관이 공동주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창업경진대회에는 전국에서 6600개 팀이 지원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결국 이연택 대표가 설계한 코르크 블루투스 스피커는 최종 우승 후보로 10개 팀을 뽑는 경쟁까지 올라가게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정말 창업의 길을 걸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품 개발이 제일 큰일이었는데, 크라우드펀딩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말에 도전을 하게 된 겁니다.” 그는 이 대회에서 최종 7위에 드는 성적을 거둔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력이 부족한 기획자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하면 일반 대중들이 이를 보고 후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목표 기간과 금액이 정해져 있고, 목표치를 달성해 프로젝트를 달성하게 되면 후원자들은 개발 자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연택 대표의 코르크 스피커는 당초 목표로 했던 2000만원의 두배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제품을 생산했다. 

이어 이 대표는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5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도 투자 유치에 나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코프크 스피커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펀딩으로 계속 가열되는 분위기다.

본격적인 비즈니스 원년의 해
특히 코르크 스피커는 지난해 10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회장이 선물로 받아가면서 유명세를 탔다. 현재 하이마트 등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미국·캐나다·유럽·호주·일본 등 외국에서도 구입 문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B2C 기업들이 주문 의뢰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일단 코르크의 완성도를 올리려고요. 이어서 빠른 시일 안에 코르크와 연계되는 코르크 라이트, 코르크 디제잉 등의 제품도 내놓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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