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국제연합(UN)이 지난 6일 총회에서 매년 6월27일을 ‘UN 중소기업의 날’(UN MSMEs Day)로 제정했다고 발표했다. 6월26일이 UN헌장이 제정된 날인데,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바로 그 다음날로 잡았다는 것이다.

UN에서는 특정한 분야의 날을 기리기 위해 130개의 기념일을 지정해 그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중소기업(Micro-,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MSMEs)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저성장 추세로 인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기술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중소기업의 위상과 사명을 재조명하고, 세계경제의 충실한 견인차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뜻있는 일이라 하겠다.

중소기업의 위상을 세계 전체로 보면 사업체의 95%, 고용의 60~70%, GDP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의 비중은 이보다 훨씬 더 높다. 흔히들 ‘9988’이라 하는데 기업 수의 99.9%, 고용의 87.9%가 중소기업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다.

이렇게 세계 경제에서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기업 본연의 활동 이외에도 지구, 인류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 역할 분담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특히 ‘UN 중소기업의 날’ 제정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음은 특기할 만하다.

1995년 관련 학계와 기업 등이 중심이 돼 창설한 세계 최대의 중소기업관련 단체 ICSB(International Conference for Small Business)가 주관한 중소기업장관 회의가 지난해 6월 UN본부에서 개최된 바 있다. 이때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공동의장으로 10개국 장관들의 뜻을 모아 ‘중소기업의 날’ 제정을 결의했다.

이 요청을 근거로 UN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실무절차를 거친 다음, 올해 UN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정하게 된 것이다. 당시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을 역임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도 ICSB의 회장직을 맡고 있어서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김 회장은 ‘사람중심 기업가정신’(Humane Entrepreneurship)을 주창했고, 지난 12일에는 ‘UN 중소기업의 날 기념,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포럼’을 열기도 했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기업경영을 이제까지의 오너·기계 중심에서 종업원·사람 중심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즉 기업가가 꿈을 가지고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면 전 구성원이 흥과 신이 나서 일하고, 이것이 가치와 고용창출, 건강한 사회로 연결된다는 것이 요체다.

대단히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기업과 근로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성과공유제 중심의 기업문화 쇄신은 그 범위가 너무 좁아 보인다. 기업문화혁신은 중소기업과 이해관계자 전반의 관계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자·대기업 및 하청기업·주주·지역사회·정부 등과의 다면적 관계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을 새로이 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계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태가 되기 위해 어떤 모습으로 존립해야 하며, 어떤 기업문화를 지향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중소기업인의 경영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해마다 5월에 중소기업주간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29회 행사에는 ‘UN 중소기업의 날’ 제정의 의의와 전개방향을 포함해 콘텐츠를 알차고 다양하게 장만해주길 바란다.
이 날을 제정한 주도국으로서의 책임을 인식하면서 세계 중소기업의 미래를 먼저 설계하고 선도하는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