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이슈] 스팅어의 고급화 전략

 

기아자동차에게는 현대자동차의 제너시스 같은 독립된 고급차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최고 사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K9인 모델입니다. 하지만 K9은 일반인이 데일리카로 몰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회장님 차같은 무거운 이미지가 강하죠. 일반 대중들이 선망하는 럭셔리 세단의 이미지를 구축하기에는 K9 가지고는 힘들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아자동차가 힘을 싣고 있는 모델이 최근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스팅어입니다. 스팅어는 기아차라는 브랜드 자체를 한단계 올릴 수 있는 고급차 전략의 선두주자이죠. 스팅어가 기아자동차의 수많은 제품군 가운데 가장 앞에 서서 “기아차도 이렇게 멋진 럭셔리 세단을 만든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스팅어를 기획한 기아차의 속내는 그동안 좀 복잡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기아차 브랜드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아직까지 저가의 대중차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건 현대자동차가 불과 몇년 전까지 겪어야 했던 편견 중에 하나였죠. 현대차는 저가 대중차 이미지를 벗어내기 위해 제너시스 EQ900, 제너시스 G80 모델 개발에 전사적으로 매달렸던 겁니다.

기아차의 스팅어는 현대차의 제너시스로 도약할 수 있을까요. 기아차는 올해 6월 쯤에 국내에 스팅어를 본격 출시하고, 시장 반응을 보고 담대하게 미국, 유럽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팅어의 고급차 전략은 국내외가 조금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스팅어를 독자적인 브랜드로 간다고 합니다. 새로운 엠블럼을 달고 말이지요. 이건 현대차의 제너시스를 떠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고 합니다. 기존의 기아차 엠블럼을 고수한다는 거죠.

이러한 각기 다른 전략을 보면, 기아차가 국내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늠이 됩니다. 국내에서 기아차는 현대차와 더불어 내수시장의 최강자입니다. 대중차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다만 조금 부족한 부분이 고급세단 시장입니다.

이 시장은 BMW, 벤츠, 렉서스 같은 고급 해외브랜드가 장악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기아차 이미지로 대응을 하기 보다는 아예 다른 스팅어 브랜드로 대결을 펼치겠다는 겁니다. 그래야 내수시장의 소비자들이 기아차가 아닌 스팅어 브랜드에 새롭게 주머니를 열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스팅어는 수입차들과의 대결을 위한 전략 모델입니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아직 기아차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스팅어라는 독립적인 고급 세단(혹은 스포츠세단) 브랜드로 구축하기에는 시간도, 여력도 부족합니다. 일단 내수 시장에서 고급차 브랜드 스팅어를 시험해 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내수시장은 기아차와 같은 시장 선두자에게는 새로운 혁신전략을 실험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죠.

스팅어가 출시되면 기아차는 대형세단 K9과 대형 SUV 모하비와 함께 최상위급 모델의 진용이 더욱 두터워질 겁니다. 스팅어가 독자적인 엠블럼으로 가는 것은 기아차 모하비를 봐도 됩니다. 모하비 전용로고가 나올 당시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모하비에 얼마나 큰 자부심이 있는지 말해주는 부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스팅어의 가격이 중요해 보입니다. 판매량이 목표이면 가격은 3000만원대 후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굳히기가 목적이라면 가격은 5000만원대는 넘어야 합니다.

K7과 K9의 해외 판매량은 요즘 주춤거리며 후진 중입니다. 스팅어를 통해 기아차가 판매량을 늘릴지, 고급화 전략을 강화할지, 그 선택은 6월에 공개될 겁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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