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총알 탄 반도체’업은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이끌고 주가를 상승하게 만드는 핵심 원동력은 무엇일까? 답은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최근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는데, 전체 영업이익이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반도체 사업부문이 6조원을 차지했다. 영업이익률의 60% 이상을 반도체가 차지한다는 건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요즘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모두 좋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기업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이지만,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깜짝 실적들을 저마다 발표하고 있다. 업황 분위기가 상당히 뜨겁다. 그 이유는 반도체의 쓰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에 그렇다.

우선 최근 출시되는 PC와 스마트폰 신모델을 한번 보자.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저마다 고사양 스펙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결정짓는 핵심 장치가 바로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기업에서 양산하는 제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또 반도체 업황이 좋은 이유가 더 있다. 바로 미래 첨단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에 반도체가 상당히 중요한 핵심 장치로 쓰인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저마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기에 반도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확대되고 분야가 넓어지면서 제품 가격이 자꾸 오르는 것을 ‘슈퍼 사이클’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지금 반도체 업황의 상승기류에 올라타고 비상 중인 것이다.

사물인터넷, AP 시장을 노리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구체적인 반도체 사업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일단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전용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아이’를 최근 개발해 2분기 안에 양산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엑시노스 아이는 PC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이고, 스마트폰에서는 모바일 AP에 해당하는 반도체 칩으로 보통 시스템 반도체라고 한다. PC, 스마트폰의 각 기능에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해서 두뇌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전 세계 스마트 기기 제조사나, 가전업체들이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이 된다. 실상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던 강자는 퀄컴, 애플 등이었다. 우선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의 A시리즈 같은 것이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아이가 노리는 시장의 최대 경쟁상대다. 그래서일까?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8를 출시하면서 퀄컴의 신모델 스냅드래곤 835와 함께 자사의 엑시노스 9시리즈를 모바일 AP로 탑재했다. 삼성전자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우선적으로 삼성전자가 승부를 보려는 시장은 AP와 같이 무서운 강자들이 전통적으로 지키는 모바일 시장이 아닐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엑시노스 아이의 힘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를 하는데, 그것은 스마트폰 시장과 견주어 아직 시장을 지배하는 강자가 없기에 그렇다.

사물인터넷 전용 프로세서 분야는 그동안 경쟁이 가열되지 않은 신흥시장으로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아이로 선제 공격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 프로세서 반도체 칩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두가지인데, 첫째는 시장이 매년 20% 가까이 성장하고 있고, 둘째는 사물인터넷과 연계된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산업용 IoT 분야의 시장이 곧 열릴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까지 사업영역 확대
여기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왜 삼성전자 같은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고군분투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기에 그렇다.

반도체를 일컬어 ‘산업의 쌀’이라고 하고, 그 반도체 산업에서 ‘쌀 중의 쌀’을 메모리 반도체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1인자다. 메모리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기기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이른 바 ‘기억장치’라고 하면 시스템 반도체는 이를 수행하는 기능, 즉 ‘두뇌’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배경은 역설적이게도 애플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칩은 시스템 반도체인데, 통신용칩· DSP칩·CIS칩 등이 그렇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도 들어가지만, 그 비중을 따지면 거의 시스템 반도체가 다섯배 이상 많이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플이 아이폰을 제작할 때 삼성전자를 핵심 파트너로 삼았는데, 삼성은 애플에게서 시스템 반도체의 설계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애플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성실한 삼성전자를 신뢰한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자체 시스템 반도체 생산능력까지 갖추면서 전 세계시장에서 시스템 반도체 대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철옹성을 다지고 1위를 줄곧 유지하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는 초기 시설 투자비용이 천문학적이고 생산라인도 대규모여야 해서 그렇다. 메모리 반도체 한개 만드는데 들어가는 공정이 최소 300개나 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같이 자본력과 기술력 그리고 인력의 3박자를 갖춘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면 쉽게 도전을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삼성전자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도 이러한 생태계는 비슷하다고 하는데, 여러 회로를 결합하고 집약해야 해서 메모리 반도체에 노하우가 있는 삼성전자라면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한 사업이다. 특히나 시스템 반도체는 제품 가격이나 부가가치가 높기에 삼성전자와 같은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그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다. 종합반도체 순위로 따지면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는 2위 자리에 있다. 종합 1위의 자리가 탐나는 건 사실일 것이다.

반도체 최고 전문가 김기남 사장
이렇게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강력한 슈퍼급 인재가 삼성전자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의 앞에는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 다녔는데, 36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한우물만 파면서 임원 승진 당시 최연소이사, 최연소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고속승진을 하면서 삼성전자를 반도체 기술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사람이다.

그의 능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Imec의 평가에서도 나온다. 최근 Imec이 선정한 혁신공로상(Lifetime of Innovation Award) 수상자로 김기남 사장이 뽑혔는데,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었다. 지난해에는 인텔 공동 창업자이자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은 18개월마다 두배로 증가한다)을 주창한 고든 무어가 주인공이었을만큼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하는 상이다.

그는 이미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석학회원이면서 미국 공학한림원 회원으로 세계적으로 두루 그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그가 반도체 총괄사장에 오르게 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지난 2014년에 결정한 인사였다. 다시 말해 삼성가의 오너가 인정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앞으로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축인 반도체의 미래 청사진이 그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가 취임 초기부터 집중하고 있는 사업분야도 시스템 반도체 영역으로써 바이오센서 사업에 새롭게 진출해 성장확대를 도모한 바가 있다. 2015년 2분기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뛰어넘었고, 영업이익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동반성장을 이뤄내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에 남은 것은 반도체 시장에서 자신들의 철옹성을 강력하게 유지하는 것일테다. 지금 반도체 시장은 업황이 좋아지면서 요동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신모델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고, 대만의 홍하이그룹도 비슷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매물로 나온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SK하이닉스, 홍하이그룹 등이 인수하려고 해서 삼성전자가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은 한층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돌파구는 결국 시스템 반도체 시장인 모바일 AP시장의 지배력을 늘리는 방법일 것이다.

아무튼 앞으로 적어도 10년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앞에는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지배력과 위상은 몰라보게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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