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의 인문경영학]큰 그릇은 늦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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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의 인문경영학]큰 그릇은 늦게 이뤄진다
  • 중소기업뉴스팀
  • 호수 2119
  • 승인 2017.05.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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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큰 그릇은 늦게 이뤄진다’로 직역할 수 있는데,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자성어는 원래 <도덕경> 41장에 실려 있는 “대방무우, 대기만성, 대음희성, 대상무형(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고, 큰 그릇은 늦게 이뤄지고, 큰 소리는 듣기 어렵고,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을 출전으로 하는데, 도는 크고 무한하기에 그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을 비유하기 위해 쓴 구절이다. 대기만성은 여러 고전에서 큰 인물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많이 인용됐다.

<후한서>에 실려 있는 마원(馬援)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마원은 후한을 세운 광무제 때의 명장으로, 그 조상으로는 전국시대 조나라의 명 장군 조사가 유명하다. 조사는 그 당시 강대국이었던 진나라를 격파하는 큰 공을 세워 조나라 혜문왕으로부터 마복군(馬服君)으로 봉해졌다. 명신이었던 인상여, 염파와 함께 조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데 주축이 됐던 인물이었다.

조사가 마복군이라는 칭호를 받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집안은 말을 다루는 데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 후손들은 말 ‘마(馬)’ 자를 성으로 삼고 말에 관련된 일을 하며 군사 일에도 힘썼던 가문이 됐다. 세월이 흘러 마원의 조부는 한 무제 때 공을 세워 제후에 봉해지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그 형제가 음모에 연루돼 가문이 몰락하게 됐다. 당연히 그 후손들도 고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마원이 열두살에 고아가 돼 목동이 되려고 작별을 고하러 오자, 형 마황은 이렇게 충고한다.

“너는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나중에 크게 될 ‘대기만성형’ 인물이다. 많은 경험을 쌓은 후 나라에 크게 쓸 재목이 될 것이니 네 앞날은 네가 알아서 하라.”

큰 그릇을 구울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처럼, 조급하지 말고 지금 겪고 있는 고난을 인생의 경험으로 쌓아두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대기만성’이 단순한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가르쳐주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자신을 판단하지 말고 미래의 가능성을 믿으라는 것이다.

훗날 마원은 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라의 중책을 맡는 인물이 됐다. 나라에 위협이 됐던 강족(羌族)의 침입을 격퇴하고 교지부족의 난을 평정하는 등 공을 세워, 복파장군(伏波將軍)에 임명될 정도로 명 장군으로 인정받았다.

리더로서 ‘대기만성’의 뜻을 또 하나 새겨야 할 것은 바로 부하들을 대하는 자세다. 리더는 단기간의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단기간의 실적에 치중해 사람을 판단하다보면 조직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대기만성’의 인재를 놓칠 수도 있다.

<맹자>에는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고사성어가 실려 있다. 송나라의 농부가 밭의 묘를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억지로 싹을 뽑아서 모두 죽게 만들고 말았다는 고사로 우리가 흔히 쓰는 ‘조장(助長)’이라는 말의 출처가 되는 고사이다. 조직에서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리더는 ‘조장’이 아닌 ‘대기만성’의 정신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겉모습이 아닌 내실 있는 인재를 찾을 수 있는 비결이다.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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