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따뜻한 겨울이다. 날씨변동을 쉽게 가늠할 수 없지만 행여 눈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오랫동안 저버리게 한다. 추위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은 핑계였으리라. 몇 년만에 철원 매월대에 발을 내딛는다. 온 산하는 헐벗어 앙상하고 관광객 또한 찾을 수가 없다. 산불 예방을 위해 지키는 지킴이는 차 안에서 곤하게 잠이 들었다. 마침 동송에서 왔다는 도회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중년여성 세명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뒤를 따라 세트장안으로 들어선다. 몇 년의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임꺽정 드라마 촬영세트장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드라마 세트장과 매월대 폭포
세트장은 복계산(1,057m,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밑자락에 조성돼 있다. 색바랜 초가집이 여러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마치 산골마을을 그대로 연상케 한다. 이곳은 지난 96년 임꺽정을 촬영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세트장이다. 그 외에도 드라마 `덕이’ `다모’ 촬영지로 이용됐다고 한다. 드라마의 장면을 기억한다면 더욱 생동감이 느껴질 듯하다.
이곳까지 들러서 매월대 폭포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지킴이에게 간절히 애원해서 산으로 오른다. 폭포가 있는 매월대는 휴전선이 가까워 옛날에는 출입이 통제됐다. 산 북동쪽에는 대성산(1,157m)이 있고, 남쪽으로 복주산(1,152m)이 있다.
복계산은 김시습이 거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은 5살에 시를 짓고 최초의 한문소설이며 전기 문학의 백미로 평가되는 ‘금오신화’를 창작한 문학가로 유명하다. 1440년 세종의 명으로 대궐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가 신동이라는 소문을 듣고 세종이 김시습과 부모를 불러들여 소문이 사실인지를 확인케 한 것이다. 김시습의 특출한 재주를 전해들은 세종은 훗날 그를 크게 쓸 것을 약속했고 사람들은 이 때부터 김시습을 ‘오세신동’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또 세종에게서 학문이 쌓이면 등용하겠다는 전지를 받고 당대 석학들에게서 교육받았다. 하지만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고 단종의 죽음 이후 세상을 등진다. 관직을 버리고 이 일대 산촌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에 얽힌 지명들이 많다.
산기슭에는 높이가 40m 정도나 되는 매월대(595m)라는 절벽이 있는데, 기암을 깎아 세워놓은 듯한 층층절벽이 송림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아홉 선비가 매월대에 바둑판을 새겨 놓고 바둑을 두며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다고 한다. 지금은 암봉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폭포는 매월동에서 400m 정도 걸어야 한다. 천천히 산길을 따라 폭포를 향해 걷는다. 정적이 감도는 겨울산을 향해 오르는데 개 한 마리가 따라온다. 마치 등산객을 안내해주는 것처럼 험한 산길도 마다하지 않고 계속 따라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개는 매월산장에서 기르고 있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처음 겪어본 일이라 무척 신기하다.
개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폭포에 다다른다. 약 30m 높이의 매월대폭포에는 가뭄에도 수량은 적절하게 흘러 내려주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파란 이끼가 장관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떨어지는 물줄기인데도 수심 깊은 소를 파놓지 않았다. 흐르는 물에 목을 축이고 ‘노송’이라는 팻말을 따라 좀더 올라가 보도록 한다.
바위 위에 아슬하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 노송이라고 하기에는 수령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등산객을 위한 자일을 타고 암벽을 타고 오르면 주능이다. 이곳부터 정상까지 산행을 즐겨도 좋다.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복주산 외에 국망봉(1,168m)와 화악산(1,468m)이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대성산 외에 북한 땅이 널리 보인다고 한다. 정상산행은 포기하고 하산하다가 옛 기억을 떠올려 약수터를 찾는다.

복주산 자연휴양림
매월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2003년 여름에 개장한 복주산 자연휴양림(1,157m, 근남면 잠곡3리)이 들어서 있다. 이 휴양림은 국내에서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 누에를 많이 치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잠곡리 마을을 비껴 가면 길옆에 휴양림이 나선다.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아 시설물은 많지 않다. 가족들이 숙박할 수 있는 산림휴양관(10실)과 청소년 수련원(미개장)과 숲속수련장, 수변테크, 팔각정자, 산책로 5㎞구간 정도다.
용이 목욕을 즐겼다 해서 붙여진 용탕골의 청아한 계곡 물이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봄철이면 다양한 나물들이 돋아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또 고라니 멧돼지 족제비 등 야생동물과 금낭화, 천만성, 팥배나무, 쑥부쟁이 등 희귀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있는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철원-춘천간 463호 지방도가 개통예정이다.
■대중교통 : 서울에서 와수리까지 상봉터미널에서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또는 수유리에서 이용해도 된다. 와수리에서 잠곡리행 버스를 이용하여 매월동에서 하차한다.
■자가운전 : 47번 국도 이용해 일동-이동 거쳐서 김화, 철원 방면으로 들어서면 된다. 송동에서 새로난 우측 길로 들어서면 잠곡리를 만나게 되고 좌측으로 가면 매월대이고 우측으로 가면 복주산 자연휴양림이다. 다시 이길을 따라 나와 송동에서 463지방도 이용하면 갈말(문혜리)에 이른다. 사거리에서 곧추 직진하면 고석정이다. 이곳에서 철의 삼각지를 들러보면 되고 신철원에서는 삼부연 폭포나 용화리 드라이브를 즐기면 된다.
■별미집·숙박 : 매월대 근처에는 음식점이 따로 없으므로 일동 갈비타운에서 식사하는 것이 좋다. 이동은 갈비의 원조촌. 백운계곡 가는 이동면 장암리는 갈비촌을 비롯해 수없이 많다. 백운계곡 쪽에 있는 이동자연갈비(031-535-9636)가 연륜도 오래 된 곳. 새로 이사해 건물이 깔끔하고 분수대 등 조경도 아름답다. 또 고석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기와집 순두부집(033-452-2948)이 괜찮고 신철원에는 30년 이상의 연륜을 가진 철원막국수집(033-452-2589)이 장작불을 이용하기 때문에 소문났다. 철원관광호텔 내 식당인 고당의 한식도 괜찮다.
숙박은 고석정의 철원온천관광호텔(033-455-1234), 삼부연 호텔등이 있다. 그외에 세이(033-455-3035), 그린 밸리(033-458-3900) 펜션이 있다. 또 콘도가 있는 산정호수 쪽에 기점을 두고 움직여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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