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새로운 도전 직면한 ‘두산 4세경영’

국내에서 100년 넘게 경영되고 있는 두산그룹의 4세 경영이 가동된지 2년차에 접어들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3세 경영의 마지막 주자였던 박용만 회장(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게서 경영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그룹 총수에 올라섰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면서 박두병 초대 두산 회장의 장손이다. 두산그룹의 창업주인 박승직의 증손자가 되는 셈이다. 두산가(家)의 적통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박정원 회장이 이끈 두산그룹의 실적은 어떨까? 일단 표면적으로 박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이후로 두산의 전체 계열사는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박 회장이 취임하기 전 두산그룹의 재무상황은 그리 썩 좋지 않았었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9조원의 수주를 달성하고 수주잔고 20조원을 돌파했고, 두산인프라코어도 중국시장의 실적 개선으로 빠르게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모양새다.

실상 박 회장이 취임 이후 1년 만에 빠른 실적개선을 한 원동력을 단기 계획과 오너십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이 이끌던 2014년부터 유동성 위기를 해쳐나가기 위한 위기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었다. 당시 재무 건전성은 최악이었는데, 두산의 2015년 당기 순손실은 무려 1조7000억원이었고, 부채비율이 276%로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그래서 두산그룹 전사적으로 자산매각에 돌입하게 되는데,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자산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으로 KFC, 두산동아, 한국항공우주산업, 두산DST 등을 매각해서 7200억원이 넘는 목돈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박정원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3월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원 가량 받고 팔았던 것도 엄청나게 큰 자산매각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룹 체질 개선 현재 진행형
박정원 회장 체제에서도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계속하고 있다. 두산의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지난해 11월 코스피에 상장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약 1조원의 재무구조 개선을 맛봤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마디로 두산의 최근 3, 4년은 팔 수 있는 건 모두 내다팔겠다는 필사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2014년부터 추진된 그룹 구조조정을 이어가며 박정원 회장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아직 그룹 곳곳에 실적이 양호하지 못한 굵직한 사업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두산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도전하고 있는 연료전지와 면세점으로, 최근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료전지 사업은 100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으며, 지난해 5월 문을 연 동대문 두타면세점은 누적적자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차입금에 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이 냉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호실적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지만, 이들 계열사들의 차입금 부담은 여전히 무거운 수준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영업이익을 통해 현금창출력을 높여나가고 있다지만, 갚아야 할 차입금 부담을 떨어내지 못하면 근본적인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3조4000억원, 두산밥캣의 순차입금이 1조1000억원이라고 한다. 실제 지불하는 금융이자 비용을 살펴보면 두산건설은 지난해 대략 970억원을 써야 했다. 문제는 올해 10월이다. 두산그룹은 1조원의 순차입금 조기상환 일정이 도래할 예정이라서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14년부터 두산그룹은 자산을 매각하면서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카드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관건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이다. 만약 이것이 완벽하게 개선되지 못하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두산을 비롯해 두산중공업의 재무 부담이 더 커진다. 왜냐하면 두산건설이 자금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룹 내에서 지원을 받는 곳이 바로 두산과 두산중공업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최근까지 두산건설에 두산중공업이 4808억원을 지원했고, 디아이피홀딩스와 두산이 각각 1172억원과 616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의 두산 살리기는 이제부터
요즘 두산그룹의 위기경영과 체질개선 노력을 보면, 두산그룹의 1990년대가 떠오른다. 당시 두산은 지금의 두산과 많이 달랐는데, OB맥주를 주력 사업으로 내수중심에 머물러 있었다. 1995년 창립 99주년에 두산그룹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시작하게 된다.

기존의 소비재, 제철, 화공 사업 등을 매각하고, 전략적으로 발전, 담수 등의 중후장대형 기업으로 거듭나는 변화였다. 2001년 현 두산중공업인 한국중공업을 인수하고,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핵심 계열사 체제를 완성한 것이 이때였다. 그리고 2014년 두산그룹은 다시 20년전의 대대적인 변화와 마찬가지로 두산그룹의 혁신을 단행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박정원 회장은 2016년 취임부터 공격 경영, 현장 경영의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을 다독이고 각종 생산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창원공장을 시작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인천, 군산 사업장을 다녔으며 두산의 전자BG, 산업차량BG 등 국내 생산현장에서 직원들과 소통하기에 이른다. 이어 두산그룹의 주요 해외 거점사업지인 중국 옌타이, 미국 코네티컷 등도 자주 찾고 있다.

그렇다면, 박정원 회장이 두산의 미래경영을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을 무엇일까? 현재 주력사업은 누가 뭐래도 중공업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두산그룹의 핵심 가치는 에너지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진다. 바로 연료전지 사업이다. 신사업 중에 박 회장이 가장 각별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산은 연료전지 사업의 수직 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올해 안으로 발전용 연료전지에 들어갈 핵심부품들을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현재 전북 익산에서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을 시운전 중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도 직접 만들어 생산의 수직 계열화를 만들겠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눈여겨 볼 것은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이 연료전지 사업에 필요한 기술개발, 부품생산, 완제품 제조까지 직접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 안에는 전자사업부문과 연료전지사업부문이 있는데 두 사업부가 협업 체제로 글로벌 연료전지 브랜드로 거듭나려고 한다.

우선 익산을 전 세계 연료전지 공급 전진기지로 만들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전략적 진출 거점지로는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높은 독일, 영국, 덴마크 등의 유럽 국가들이다. 일단 두산은 올해 연료전지 사업 수주액 약 1조1200억원을, 매출은 5500억원 돌파를 목표로 두고 있는데, 사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실적개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산은 연료전지가 두산의 중공업 사업과 같이 두산그룹에 있어 핵심 수익사업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 하다.

면세점 사업 실적개선도 관건
반면에 두산그룹이 미래사업을 밀고 있는 면세점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면세점 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략 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적개선으로 두타면세점의 하루 매출 최대치는 10억원 정도라고 하는데, 문제는 중국의 사드보복 역풍으로 면세점 업계 전체가 불황의 늪에 빠졌다는 점이다. 국내 시내 면세점의 핵심은 중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에 외교적인 문제는 면세점 사업에 치명타를 줄 수밖에 없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의 실적 개선을 위한 미래 먹거리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체질개선을 바꾸고 새로운 신사업을 핵심 캐시카우로 키워나가야 한다. 두산은 과거에도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돌파해 왔다. 다시 한번 두산그룹의 대대적인 변신의 시간이 돌아왔다.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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