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왼쪽 세번째)이 대통령과 새 정부에 바라는 희망제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문재인호에 거는 중소기업계의 기대는 각별하다.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공정거래위원회 위상 강화 등 그간 꾸준히 요구해온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공약에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성장정책, 대기업→中企 전환 기대감
중소기업계는 문 대통령이 경제성장과 산업정책의 중심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계로 옮기고,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거래관행을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공약에 대해선 정책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15개 중소기업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지난 1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 대한 희망 제언을 발표했다.

이날 참석한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윤소라 한국여성벤처협회장, 백종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 등 중소기업단체장은 대기업·전통제조업·수도권·남성·수출 중심의 일자리에서 중소기업·서비스·신산업·지방·여성·청년 중심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문 대통령이 금융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창업활성화와 의료, 교육 및 4차산업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관련규제를 선제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산업부 외청으론 中企정책 추진 한계
특히 중소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중기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도 조속한 시일내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중기청의 부 승격은 중소기업 정책이 대기업 정책과 같은 위상을 갖는다는 의미다. 현재 중기청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의 외청으로 차관급인 중기청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다.

중기청이 중소기업 관련 법률을 제안하거나 시행령·시행규칙을 고칠 권한이 없다는 뜻이다. 산업부에 보고하면 산업부 장관이 판단해 본인 명의로 안건을 국무회의에 올리고 법안 발의를 한다. 조직도 중기청은 산업부의 절반도 채 안된다.

중소기업계는 단순히 청급 기관을 장관급 부로 승격하는 것이 아니라 부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할 수 있도록 산하기관을 포함한 타 부처 기능조정과 업무이관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새로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지녀야 한다”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큰 산업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만큼 관료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보다는 파워풀한 리더십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산업부는 소규모 정책부서로 축소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산업현장을 책임지는 부처로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업부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산업이나 수출, 연구개발(R&D) 업무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닌 창업벤처육성 기능 등의 업무이관과 함께 코트라, 무역보험공사 등 산하기관의 업무도 중소벤처기업부로 옮겨야 할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기대도 높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하고,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등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인다는 방침도 수차례 밝혔다. 특히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는 위원회)를 구성해 일감 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납품단가 인하 등 대기업의 갑질횡포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강화하고 엄벌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을 완화하고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공정위의 위상 강화와 함께 상임위원에 중소기업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를 포함하는 등 실질적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침체 속 中企 인건비 고민 헤아려야
중소기업계는 문 대통령의 대부분 공약이 중소기업계의 의견과 맞닿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있어선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두 공약 모두 경기침체로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있는 중소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고, 현행 주당 68시간인 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16시간(30%) 줄이겠다고 공약하면서 강한 실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인재 유입을 위해 어느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는게 중론이지만, 대기업 중심 원청사업자의 하도급 납품단가 인하를 억제하지 않는다면 정책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은 7.1%, 8.1%, 7.3% 인상됐지만 실제 최저임금 인상이 납품단가에 반영됐다는 중소제조업체는 57.1%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계는 전기료 인하와 함께 노무비 인상을 감안한 납품단가 현실화 방안이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 단축도 중소기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휴일근로 등 연장근로를 포함한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주 52시간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혀왔다. 연장근로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업종이나 제외사업을 축소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계는 장시간 근로를 개선한다는 정책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인력부족, 생산량 감소, 비용증가 등 현실을 고려하면 근로시간 단축은 치명적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소상공인부터 중소기업·대기업까지 일원화해서 단기간에 제도를 도입하면 그 폐해가 영세한 업체에 더 크게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100인 미만 사업자를 근로자수별 6단계로 나눠 시행시기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행 50% 가중치가 적용되는 초과근로수당을 25% 수준으로 완화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정책 방향성에 대해선 중소기업인들 역시 동의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했으면 한다”며 “특히 근로시간의 경우 노사정 위원회에서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에 합의했는데 이를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제계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재계는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내고 ‘경제 살리는 대통령’에 대한 염원을 강조했다. 특히 소통과 협력으로 활기찬 경제활동을 펼 수 있는 리더십을 펼쳐주길 기대했다. 다음은 경제단체별 논평 요약.

“역동적 경제의 장 열어 달라” -대한상공회의소
공정, 혁신, 통합의 가치로 경제사회 분위기를 일신해 창의와 의욕이 넘치는 ‘역동적인 경제의 장’을 열어주기를 희망한다. 새 정부와 정치권, 기업과 근로자가 소통과 협력으로 선진경제를 향한 활기찬 경제활동을 펼 수 있길 기대한다.

“기업 투자환경 조성해줘야” -한국경영자총협회
새 정부가 저성장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고 온 국민이 열망하는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혁파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을 통해 기업의 투자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교육개혁과 노동개혁도 서둘러 주기를 바란다.

“시장원리 충실한 리더십 기대” -한국무역협회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믿음 하에 정부 역할의 기본을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하고, 기업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조성에 둬야 한다. 고용과 경제성장의 주체인 기업을 위해 전향적인 정책을 펼쳐 더 이상 우리 기업이 ‘탈(脫) 한국’을 외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시장 공정성 확보에 주력”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이념적 명분에 따라 기업 부문을 옥죄는 규제를 확대하기보다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정과 정의에 입각한 정책 결정과 법제도 개선을 통해 성장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을 해달라.

“선순환 벤처 생태계 구축해야” -벤처기업협회
사회전반의 기업가정신 고취로 창업과 고용을 확산시키고, 기업의 성장과 출구 및 재도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선순환 벤처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창업의 규제를 혁파하고 대기업-중소·벤처기업 간 건전한 협업 생태계를 조성해 주길 희망한다.

“소상공인에도 희망 열어주길”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들도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사회, 골목상권 침탈에 혈안이 돼있는 대기업에 맞서 그래도 지역에서는 경쟁에 나서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거침없는 대개혁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희망이 열려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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