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프 스토리] 연우

고교 졸업 후 각종 용기의 뚜껑에 금속 코팅하는 일을 하던 기중현 사장은 지난 1983년 연우를 설립하고 화장품 용기 제조 사업에 나섰다. 그때만 해도 직접 화장품 용기를 제작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다른 데서 생산한 용기에 알루미늄을 덧대는 후가공을 하던 하청 업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에서 수입한 펌프형 화장품 용기를 보다가 그만 ‘펌프’에 빠져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화장품용 펌프가 전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기중현 사장은 물불 가리지 않고 펌프용기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화장품 펌프 용기를 개발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일본 유명 회사 화장품들을 구입해 뜯어보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펌프형 용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했다. 국산 개발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뛰어들었던 다른 국내 업체들도 모두 실패하고 중도 하차했다. 함께 제품을 개발하던 기술자들도 두 차례나 포기 선언을 했다.

화장품용 펌프 국내 최초 개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하기를 1년 반. 드디어 1990년 화장품용 디스펜서 펌프(Dispenser Pump, 펌프를 누를 때마다 용기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일정량씩 밖으로 나오는 제품)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중현 사장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펌프형 화장품 용기로 번 돈을 과감히 재투자해 오늘날의 연우를 있게 한 ‘진공 펌프’(Airless Pump)형 화장품 용기를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진공 펌프형은 기존 화장품 용기에 들어 있던 흡입관(빨대)를 없앤 것이다. 일반 펌프형 용기의 경우 흡입관이 닿지 않는 부분의 내용물은 버릴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연우의 진공 펌프형 용기는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펌프를 누를 때마다 내용물이 균등하게 위쪽으로 올라오도록 돼 있어 마지막 한방울까지도 버리지 않고 쓸 수 있다. 또한 화장품의 내용물과 외부 공기를 차단시켜 변질되지 않은 깨끗한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30% 정도 비쌌지만 시장 수요는 폭발적이었다. 화장품 용기의 트렌드가 화려함보다 심플하면서도 기능성이 강조되는 쪽으로 바뀌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을 계기로 연우는 더 이상 하청업체가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전체 화장품 용기 시장 38%
연우의 전체 매출 중 진공 펌프형 용기의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전 세계 수많은 화장품 용기에서 펌프가 사용되지만, 연우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로 세계 1위 진공 펌프형 화장품 용기 제조 업체로 도약했다. 탄탄한 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끝까지 남김 없이 깨끗하게, 변질 없이 첫 느낌 그대로’라는 펌프형 화장품 용기의 세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연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연구개발(R&D) 역량이다. 국내 화장품 용기 업체로는 최대 규모의 R&D 인프라를 갖추고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결과, 화장품이 공기 중에 노출돼 산화되는 것을 막는 기술, 펌프 노즐에 남은 내용물을 용기 내부로 빨아들이는 기술 등 화장품 용기 관련 특허만 155개에 이른다.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제품 개발을 통해 연우는 국내 1위 화장품 용기 업체로 성장했다. 전체 화장품 용기 시장의 38%를 차지하고 있고, 상품군만 2만종이 넘는다. 화장품 가게에 진열돼 있는 용기의 대부분이 연우의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법인 설립하며 중국 진출 본격화
연우는 한국을 화장품용 펌프의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위상을 변화시켰다. 전 세계 화장품 100대 기업 중 47개 기업이 연우의 고객이다. 특히 세계 화장품 1위 기업인 로레알은 연우를 매년 화장품 패키지 1위 회사로 꼽을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연우는 로레알이 매년 개최하는 대대적인 행사에 화장품 용기 업체로는 처음으로 3년 연속 초청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연우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12년 월드챔프 사업에 참여했다. 목표 시장은 중국과 홍콩 그리고 태국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거래처도 하나 없는 불모지였다. 그런데 월드챔프를 통해 상하이 무역관과 함께 여러 가지 마케팅 활동을 벌이며 최근 첫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점차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고급화되면서 패키지 또한 고급화하고 있는 추세인데, 바로 그들이 원하는 1순위 기업이 연우다. 연우는 나날이 늘어나는 중국의 화장품 제조 회사들과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6년 초에 상하이에 중국 법인을 설립했고, 상하이 옆에 있는 소주에 2018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외에도 태국과 중남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기 대표는 태국과 멕시코의 백화점에 연우의 수려한 화장품 용기가 진열될 때까지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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