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명암 엇갈리는 스마트조명시장

인터넷에 연결된 전구를 판매하는 신생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필립스와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거대 조명기업들은? 한마디로 헤매고 있다.

지난 2015년에 뉴욕에서 열린 조명박람회 전시장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 최대 조명 제조업체 GE는 애플이 곧 출시할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 홈킷과 연동되는 네트워크 전구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태양의 패턴을 본뜬 것으로,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전구였다. 박람회는 큰 이목을 끌었다. 두 대기업이 주목 받았고, 깜짝 놀랄만한 기술도 일부 발표됐다.

그러나 화려함의 이면을 꼼꼼히 살펴보면 불편한 진실도 발견할 수 있다. ‘스마트 조명 파티’에 합류하기에 GE는 한발 늦은 상태였다. 이미 경쟁사들은 유사한 기능의 조명을 판매 중이다. 다시 말해 업계 선두주자인 GE와 필립스, 오스람이 신생기업에 의해 포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주도권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조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화 돼왔다. 요즘은 달궈진 선과 가스를 유리구로 감싸 빛을 내기보단 발광 다이오드, 즉 LED라고 불리는 반도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LED전구는 작고 내구성이 강하므로 에디슨의 백열등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LED의 등장으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슈지 나카무라가 설립한 조명회사 소라는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과 스타우드 호텔에 조명을 판매한다. 올해 6년 된 기업 케트라는 시카고미술관과 티파니사에 조명을 공급한다.

변화가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자 기존 기업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최근 필립스는 LED 부품 제조부문 매각을 발표했다. 지멘스는 기업 공개를 통해 오스람을 분사했다.

IHS 테크놀러지의 시장 조사원 윌 로즈는 “주요 조명 기업이 LED로의 빠른 전환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다. 기업의 LED 사업부문이 성장하는 것보다 기존 사업이 더 빨리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LED전구의 긴 수명도 문제가 되고 있다. LED전구는 평균 수명이 22년이나 되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은 사업모델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는 고객들이 비싼 LED전구로 교체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제품 교환주기가 길어지면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해야만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바로 그것이 꺼져가는 사업을 살릴 불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LED 사업을 매각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거대 조명 기업은 움직이고 있다. GE는 최근 가정용 전구 사업을 접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투자 은행들과 논의하고 있다. 아직 매각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확정은 없다. 매각 가격은 5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GE는 전구 사업 중에서 가정용 전구 사업은 매각하고 상업용 발광다이오드 조명 사업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GE의 전구 사업 매출(상업용 포함)은 지난해 22억달러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GE가 에디슨이 만든 전기회사와 톰슨휴스턴전기회사가 합쳐져 1892년에 설립된 것을 고려하면 가정용 전구 사업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로열 필립스는 28억달러에 전구 부품사업과 자동차 조명사업을 중국 투자자에게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가 지난해 미국 규제 당국이 제동을 거는 바람에 무산됐다. 또 오스람 조명도 지난해 전구와 LED 램프 사업을 중국의 MLS와 두개 공동투자자에게 4억4000만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 스마트 조명 시장은 신생기업들의 독무대가 되는 모양이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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