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AJ렌터카 매각설 ‘모락모락’

요즘 재계에는 AJ렌터카가 매각될지 모른다는 설이 계속 나돌고 있다. 렌터카 시장 자체가 정말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전체 파이가 커진 점을 살펴본다면, 왜 이런 풍문이 나도는지 고개가 갸웃거리겠다. 이유는 렌터카 시장의 경쟁이 날로 심화되면서 제 값을 받고 사업을 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J렌터카는 이익이 악화되는 딜레마에 빠졌고 이로 인해 매각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개관적인 데이터를 보면, AJ렌터카가 보유한 자동차 렌탈 자산 규모는 지난 2015년 기준으로 6만6519대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7만3716대로 10%나 넘게 증가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대비 2.5%가 증가해 6476억원을 찍었다. 반면에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남는 장사였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2015년 40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27억원으로 감소했고, 순이익은 같은 기간 171억원에서 68억원으로 무려 50% 이상이나 줄어들었다.

경쟁 레이스는 날로 심화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보면, 완전한 경영 위기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다른 경쟁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AJ렌터카가 보유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렌터카 시장은 롯데렌터카, AJ렌터카, SK네트웍스 등 상위 3개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데 각각 시장 점유율이 25%, 11.5%, 11.3%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렌터카가 독보적으로 선두로 치고 나가고 AJ렌터카와 SK네트웍스가 서로 불꽃 튀는 경쟁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대로 렌터카 시장의 외형은 최근 5년 사이에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AJ렌터카도 이러한 시장 확대의 전성기에서 단맛을 봤다면 경영 위기나 회사 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지 않을텐데 왜 그런 걸까?

우선 SK네트웍스의 성장세를 보자. 2012년 4.9%에 불구한 시장점유율이 11.3%까지 치솟았다. 롯데렌터카도 비슷한 성장가도다. 반면에 AJ렌터카는 2012년 14%가 넘었다가 매년 조금씩 밀려나면서 현재 11.5%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전체 렌터카 시장의 외연 확대의 이익은 롯데렌터카와 SK네트웍스에게 쏠렸다는 뜻이다.

근본적으로 AJ렌터카는 롯데와 SK라는 거대 대기업과 견주어 자금력에서 열세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국내 렌터카 시장은 개인들이 장기렌터카로 빠르게 수요가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상당히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렌터카 시장의 후발주자격인 SK네트웍스는 대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차량 보유대수 기준으로 AJ렌터카를 최근 앞서 나갔다.

렌터카 사업의 본질은 자동차 부품의 유통과 중고차 매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서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일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간단히 설명하면 렌터카 업체는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신차를 구입한다. 중형 승용차 한대 가격만 해도 수천만원이니까 한 회사가 보통 수십만대를 보유하려면 어마어마한 부채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신차가 보유되면 본격적으로 렌탈 사업을 하거나, 중고차 매각을 통해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렌터카 기업의 기본적 생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거다. 결국은 대기업은 신용등급이 양호해서 이자 금리가 낮을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AJ렌터카와 같은 중견기업은 높을 수밖에 없다. 같은 쏘나타를 뽑아서 렌탈 사업을 해도 이자를 지불하는 금액에서는 기업마다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의 경우 3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연간 1.7%대의 이자를 지불하면 되지만 AJ렌터카는 이자가 3%대라고 한다. 두배 가까운 이자율 차이는 렌터카 사업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자금력에 이어 규모의 경제도 중요한 것인데, 전국에 걸쳐 차량 정비가 가능하고, 나중에는 중고차 경매시장에서의 처분능력도 굴리는 자금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AJ렌터카도 자체 자회사로 중고차 매매기업과 차량관리기업을 두고 있다. 렌터카 사업을 위한 후방 지원부대를 두고 있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경쟁 속도를 내는 것에는 대기업의 자금력만한 것이 없는 게 냉혹한 렌터카 시장의 현주소다. 
 
SK네트웍스 인수시장에서 유력
AJ렌터카가 확실히 인수합병 시장에 나올지는 그 누구도 확답을 내릴 수는 없다. 풍문에만 그치다가 다시 경영 정상화를 거쳐 아무 일 없이 자기만의 길을 달릴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만약이라는 전제를 하고 유력한 인수 후보를 고른다면 SK네트웍스, 현대차그룹, 한국타이어 정도가 거론된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SK네트웍스로 AJ렌터카를 인수하게 되면 렌터카 운영대수가 15만대가 넘어서면서 롯데렌터카와 거의 나란히 달리게 된다. 롯데렌터카는 16만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2015년 KT렌탈을 인수하면서 렌터카 사업에 진입했는데, 당시 가장 강력한 인수전 경쟁상대가 SK네트웍스였다. SK네트웍스는 렌터카 시장에서 언제든 인수합병을 통해서 1위 자리를 노릴 공산이 큰 기업이다.

왜냐하면 SK네트웍스는 계열사 리스 차량을 공급하고 있고 주요 관계사로 주유소와 정비소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SK네트웍스는 SK매직을 인수하고 패션사업부문을 매각한 바 있다. 그리고 SK네트웍스는 자동차 렌털사업 부문을 SK렌터카와 생활가전 렌털부문인 SK매직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렌터카 사업은 SK네트웍스를 떠받치는 대들보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도 AJ렌터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이 회사는 중고자동차 경매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렌터카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게다가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신차를 다른 경쟁기업 보다 훨씬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에 답게 신차를 대거 판매하지만 렌터카 사업을 통해 신차 판매 이후 렌터카 시장, 중고차 시장까지 자동차 시장의 외연을 대폭 확대할 여지가 있다. 이밖에도 2015년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한국타이어도 후보군이다.

AJ렌터카의 자구책 마련
렌터카 사업이 부진하면 사업 다각화를 통해서라도 부진을 털어내야 하는 것이 기업의 대응책일 것이다. AJ렌터카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사업을 향한 거침없는 도전을 펼치고 있는데, 우선 지난해 10월 인수한 타이어베이를 최근 AJ타이어베이로 사명을 바꿔 경기도 고양시에 첫 직영점을 개설했다.

기본적으로 AJ타이어베이는 온라인 타이어 회사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해외 유명 브랜드인 브리지스톤, 미쉐린 등까지 수입할 수입 브랜드까지 고객이 원하는 타이어를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제휴된 약 400여곳의 오프라인 지점으로 배송해준다. 소비자는 무료로 타이어를 장착하면 된다. 그런데 고양시에 직영점을 열었다는 건 본격적으로 타이어 판매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AJ렌터카는 오토바이 렌탈사업도 개시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1위 오토바이 렌탈업체 바이크리스를 인수해서 AJ바이크로 사명을 고쳐 올해부터 오토바이 렌탈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단기렌터카로 1만원 내외로 경차 및 준중형차를 대여해 주는 파격도 시도 중이다. 차별화와 다각화를 통해 다른 렌터카보다 앞서겠다는 의지가 충분히 읽힌다.

렌터카 기업들은 앞서 설명한대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신차를 구입하고 렌탈과 중고차 매각을 통해 차익을 남긴다. 조달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바로 기업의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다시 말해 AJ렌터카는 시장에 풍파가 몰아치고 경영위기에 빠져도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만약에 AJ그룹이 매각까지 고려한다면 기업의 가치가 높을 때를 기다릴 것이다.

모든 기업이 사업을 하다보면 인수합병 시장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지금 AJ렌터카를 보는 시장의 시선이 딱 그렇다. 문제는 경쟁력이 확 떨어져서 렌터카 시장에 후미로 처진다면, 그때는 매각설이 나와도 쉽게 인수를 밝힐 곳이 없을 것이다. 지금 AJ렌터카에게는 두가지 길이 놓여 있다. 지금 그대로 직진을 하면서 자생적인 경영 환경을 구축하느냐, 아니면 매각을 통해 새로운 AJ그룹의 전환을 꿈꾸느냐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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