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무한 진화하는 AI

IBM의 인지 컴퓨터 시스템이 최근 활약하는 곳은? 바로 주방이다. 시럽에서 버터와 달콤한 맛이 난다. 톡 쏘는 맛도 느껴진다. 이 소스에는 약간의 타마린드(tamarind), 당밀, 그리고 태국고추가 들어가 있다. 이국적인 겨자처럼 느껴지는, 독특하지만 괜찮은 맛이다.

대체 이 소스는 무엇일까? 바로 IBM의 컴퓨터가 만든 바비큐 소스다. IBM의 인지 컴퓨터 왓슨은 제퍼디쇼(왓슨이 이 쇼에서 체스 챔피언과 경기를 벌여 승리했다)의 인기 스타로 잘 알려져 있다.

왓슨이 최근 주방으로 진출했다. 방글라데시식 버터너트 BBQ 소스처럼 이국적이고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왓슨 라이프(Watson Life)의 책임자 스티브 에이브럼스(Steve Abrams)는 “왓슨은 어떤 재료가 서로 어울리는지 이해하며, 인류의 창조성을 보다 넓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IBM은 맨해튼 유명 요리학교 ICE(Institute of Culinary Education)와 요리책을 공동 출간했다. 이 책에는 65가지가 넘는 요리법이 수록돼 있다. 특이한 음료(닭고기 국물이 첨가된 옛날식 맥주 등)부터 독특한 요리들(버섯 딸기 케밥 등)까지 포함돼 있다. 반응은 엇갈린다.

‘놀라울 정도로 잘 어우러지는 맛’이라는 평가부터 ‘형편없는 알고리즘’이라는 비난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사업과 연결될 수 있을까? 왓슨은 이 요리의 창조성을 제약업계에 적용하고 있다.

존슨 앤드 존슨(Johnson & Johnson)이나 사노피(Sanofi) 같은 제약회사들이 맞춤형 의약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군침 도는 목표가 아닐 수 없다.

▨ 버핏을 위한 뷔페
올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주주회의에서 셰프 왓슨은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 회사를 위해 축하용 비스킷을 구웠다. 라임 과즙과 고춧가루가 들어간 스위트 콘쿠키였다. 이 쿠키는 IBM의 요리책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포춘이 레시피를 문의하자, IBM의 대변인은 “우리가 가진 쿠키 레시피만 140가지나 된다”며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 맞춤형 식단
세계 인구의 약 1%는 소아지방변증(celiac disease·몸 안에 글루텐을 처리하는 효소가 없어서 생기는 일종의 장 질환)을 앓고 있다. 이들은 소맥 글루텐 단백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셰프 왓슨에게 이 증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에이브럼스는 “적합한 음식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왓슨은 제약 사항을 고려해 다양한 선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짝 유행하는 방법은 아닌 듯하다.

▨ 더 똑똑한 우주식
셰프 왓슨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나사의 연구진은 미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각의 밀실 공포증이라 할 수 있는 ‘식곤증’(food fatigue)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왓슨이 흥미로운 우주식단을 꾸리고, 제한된 재료를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블루치즈가 들어간 매콤한 미소 두부를 제안한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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