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빚이 올 1분기에 17조원 가량 늘어 1360조원에 이르렀다. 가계빚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됐음에도 전 분기 대비 증가액 17조원은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23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대비 17조1000억원(1.3%) 증가한 135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진 빚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로, 1·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뿐 아니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도 포함된다.

가계빚 급증은 저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가계의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한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은행보다 이자 부담이 큰 저축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가계빚 증가액은 전 분기(46조1000억원)에 비해 29조원가량 줄었고, 지난해 1분기(20조6000억원)보다는 3조5000억원 정도 감소했다.

가계신용에서 가계대출 잔액은 1286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조8000억원(1.3%) 늘었다. 이 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18조5000억원으로 1조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저축은행을 비롯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보험 등 기타금융기관에서는 전 분기 대비 각각 7조4000억원, 8조4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73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3000억원 늘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부채 급증세는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보통 1분기에는 이사 수요 감소, 연말 상여금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 증가액이 작은 편으로 경계를 늦추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위원회도 “금리 인하와 부동산 경기 회복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3∼2014년과 비교해 증가 규모가 여전히 높아 향후에도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빚을 차단하기 위한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의 상한선을 150%로 맞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를) 어떤 형태로 다루는 것이 좋을지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를 집중해서 다룰 다른 단위를 두는 것이 좋을지, 현재 정부기구에서 다룰지까지 논의할 수 있다”며 별도 기구 설립 가능성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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