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쿠팡, 경영 위기설 솔솔

최근 들어 쿠팡의 경영 위기설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건 새삼 스러운 뉴스는 아닐 것이다. 쿠팡의 외형을 급속하게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들이 불거졌는데, 김범석 쿠팡 대표가 확실한 리더십으로 내부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에 실패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외형을 확대하는 전략적인 경영방향에만 위기를 겪는 게 아니라, 조직운영의 리더십에서도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리다.

단적인 예로 최근 쿠팡에서 물류담당을 총괄하던 외국인 수석부사장이 쿠팡을 떠났다고 한다. 원래 해당 수석부사장과의 계약조건에는 쿠팡에 물류 분야가 자리잡을 때까지 근무한다는 것이었는데, 사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물류분야가 최근 운영실패를 맛봤기에 이에 대한 책임을 진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돈다.

리더십의 위기 겪다
해당 수석부사장은 당초 영입될 때부터 전문성에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인물이었다는 말도 있다. 김범석 대표가 수석부사장의 경력사항만 믿고 구체적인 능력을 검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CEO의 역할 중 하나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발탁해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 대표가 인사에 있어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쓴 소리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부분은 쿠팡이 지향하는 업태가 물류회사나 유통회사가 아닌 IT회사라고 그간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IT회사를 보면 경영구조가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제왕적인 체제라기보다는 각 사업 분야의 전문가가 최종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분권형 권력 체제를 유지한다. 그래야 IT회사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창의성과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러니까, 김범석 대표가 각 사업분야에 전문가를 영입해 제대로 굴러가는지 줄기차게 모니터링하고 검증해야 하는 일이 중요한데 이러한 점에서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특히나 김 대표는 쿠팡의 핵심 인력을 꾸릴 때 외국인 임원을 연달아 영입했다. 문제는 외국인 임원이 헤드로 있으면 한국인 조직원들과의 조직융화가 관건인데, 이 부분에서도 실책을 범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쿠팡에는 임원급이 10명 정도 있는데, 이 중 8명이 외국인이라고 한다. 최근 회사를 떠난 물류담당 수석부사장은 미국의 거대 유통업체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를 거친 인물이었다. 이밖에도 다른 임원들도 미국의 물류회사, 유통회사, IT회사를 거친 인물이 수두둑했다.

이러한 외국인 임원들이 한국이라는 낯선 시장에서 사업을 전담하려면 일단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직원들과의 소통에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다. 김범석 대표가 놓친 부분은 쿠팡의 외형 확대에 따른 경영전략 위기뿐만 아니라 이렇듯이 조직의 화학적 결합에 있어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는 점도 있는 것이다.

김범석 대표 vs 쿠팡맨
가장 큰 문제는 김범석 대표의 조직 장악력과 효율적인 임원 관리 실패에만 있지는 않다고 본다. 근본적인 실책은 쿠팡의 핵심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쿠팡맨들과의 불화였다. 쿠팡이 물류·유통 업계에서 단박에 이슈가 되고 성공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쿠팡맨들이 감성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타 배송업체 대비 정규직 비중이 높은 쿠팡맨들은 다른 택배 배송사업자보다 더욱 친절함을 강조했고, 배송에 있어 세심한 배려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쿠팡맨들을 급속도로 늘리다보니 손익개선에 지속적인 부담이 되는 순간이 왔고, 결국 최근 쿠팡 본사 직원들의 임금이 미지급됐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임금 지급이 미뤄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쿠팡의 현금 보유액이 사실상 바닥을 치고 있다는 소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쿠팡의 자금사정을 살펴봐야 한다. 쿠팡은 최근 2년간 누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대략 1조1120억원 수준이라고 하는데, 지난 2015년 6월 극적으로 소프트뱅크로부터 유치했던 10억달러, 즉 1조1220억원을 거의 다 소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금보유액은 3633억원이었다. 본사 직원의 임금이 미지급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현금흐름은 최악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정말 한때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우며 잘나갈 때는 한해 매출이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어마무시한 기업으로 통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자신의 물류창고에 직매입한 상품을 대상으로 쿠팡맨들이 단 24시간 안에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오늘 주문하면 저녁이나 늦어도 다음날 아침 일찍 집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품질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일단 일반 택배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4배 정도 비용을 더 지불해야 가능하다. 또한 직매입을 한 상품을 보관하는 대형 물류센터나 배송거점 운영소의 운영비용도 무시를 못한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쿠팡맨의 인건비는 대략 2000억원대. 물류센터 등의 인프라 유지비용은 3000억원 이상이다.

앞서 쿠팡이 급격하게 외형을 늘렸다고 설명했는데, 그 외형 확대라는 것이 전국에 보유한 10여개의 크고 작은 물류센터를 말한다. 현재에도 대구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쿠팡이 최근까지 가지고 있는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큰 물류센터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의 로켓을 쏘아 올리기 위해서 쿠팡은 인력과 인프라 비용으로만 매년 60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쿠팡이 최근 고정 인건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쿠팡맨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려고하는 움직임에 쿠팡맨들과 쿠팡 경영진은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특히 쿠팡맨 평가제도를 손봐서 고정급여라고 할 수 있는 안전보상비를 상대평가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삭감한 것이다. 현재 일부 쿠팡맨들에 대한 계약해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현직 쿠팡맨 76명은 ‘쿠팡사태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최근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쿠팡이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쿠팡의 특징인 로켓배송이나 쿠팡맨의 감성 서비스가 퇴색되고 기능이 상실되는 건 뻔한 이치다. 쿠팡 측은 쿠팡맨이 현재 3600명 정도인데, 애당초 60% 가량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각에서는 정규직 비율이 10% 이하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다 보니 쿠팡 물류에 대한 위탁배송이 늘어나는 추세다. 쿠팡에서 구매했는데, 현대택배나 CJ택배 기사가 배달을 해주는 것이다. 이제 쿠팡이 차별화했던 전략이 완전히 퇴색되고 있는 와중이다.

경쟁자들의 로켓배송
최근에 위메프가 무료배송을 강화하면서 쿠팡을 제치고 물류시장에 새로운 배송 강자로 부각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위메프는 무료배송을 줄기차게 이어가는 와중에도 지난해 적자폭을 개선하고 있는데, 쿠팡, 티몬이 지난해 모두 적자폭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효율적으로 무료배송 시스템을 돌리고 있다는 걸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위메프는 ‘원더배송’ 등 무료배송을 한다. 원더배송의 경우 가격에 상관없이 무료배송해주는 상품이 무려 85%에 달한다. 위메프가 쿠팡과 같이 배송 차별화를 실현하다가 위기를 겪을까? 지난해 기준으로 위메프는 매출이 전년대비 70% 늘어나고 영업손실은 55%나 줄어들었다.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는 위메프의 전략적 대응이 있었다. 위메프는 직배송에 자체인력을 운용하지 않고 CJ대한통운을 통해 위탁배송을 하고 있는데, 가장 빠른 배송인 원더배송의 경우 ‘내일도착’ 달성율이 거의 95%에 육박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조 배송강자였던 쿠팡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처음 쿠팡맨을 선보였을 때 “아마존에는 없는 무기가 쿠팡에는 있다”라며 “그 무기가 쿠팡맨”이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조직 운영과 전략적 대응의 실패로 쿠팡은 자신만의 무기를 잃어버린 상황이 됐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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