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 수출이 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수출 증가의 60%는 가격 상승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하반기 불안요인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수출 동향과 시사점-유가 상승의 기저효과는 끝났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8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수출은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지난 2년간 수출 부진에서 탈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물량 보다 가격 상승의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16.8%인데 이 중 물량 증가에 따른 부분이 6.8%포인트를 차지했다. 가격 상승에 따른 요인은 10.1%포인트였다.

주요 산업별로 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석유제품 수출 증가율(46.6%)의 대부분은 가격 상승(46.2%포인트) 효과였다.
또 석유화학(23.0% 중 14.7%포인트)과 철강(23.6% 중 18.9%포인트)의 수출 증가율도 가격 상승 요인이 물량 증가보다 컸다.

문제는 하반기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의 기저효과가 끝난다는 점이다. 또 유가가 오른 이유가 수요 회복보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영향이 크다. 미국 셰일 오일 증산 가능성도 커 추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하반기에도 수출 회복세는 이어지겠지만 가격 상승효과가 줄어들면서 상승세는 둔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힘이 빠지는 모습도 하반기 수출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3.4%로 4월(24.1%)보다 둔화했다.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종료 가능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주요국의 정치적 리스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도 하반기 수출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수출 회복세를 지속해서 견인할 수 있도록 시장별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라며 “통상 역량을 강화하고 대외 불확실성 차단을 통해 수출 경기 회복세를 지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 하락, WTI 45.72달러
유가 하락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는 지난 8일 국제유가가 하루만에 5% 이상 폭락하며 실제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이후 근 석달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이었다.
지난 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2.47달러 하락한 45.72달러를 기록했다.

유럽거래소(ICE)의 브렌트유(Brent)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2.06달러 하락한 48.06달러를 나타냈다.

중동 두바이유(Dubai)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0.53달러 상승한 48.42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유가가 갑작스럽게 추락한 배경에는 미국 원유 재고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지난주 원유 재고는 330만배럴 증가한 1550만배럴이었다. 이는 당초 350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을 완전히 뒤집은 것으로 지난 2008년 이후 9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메모리얼데이를 시작으로 연중 휘발유 소비가 가장 많다는 드라이빙 시즌이 개막됐지만 휘발유 재고도 330만배럴 늘었다. 휘발유 수요가 50만5000배럴 오히려 줄어든 탓이다.

반면 EIA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 내년에는 하루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인 1000만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월 기준으로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910만배럴 수준이다. 

필 스트레이블 RJO퓨처스 선임 스트래티지스트는 “오늘 원유 재고 보고서가 원유시장에 치명타를 가했다”며 “이렇게 원유 재고가 늘어난다면 시장 균형을 다시 바로 잡기는 어려울 것이며 시장 안팎에서는 유가가 다시 20달러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얘기들까지 나돌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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