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만에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원지’격인 전북지역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현재 전북 익산시에 있는 21마리 규모 토종닭 농가 1곳이 고병원성 H5N8형 AI로 확정 판정됐다.

이 농가는 5일 의심신고를 한 곳이다. 지난달 20일께부터 이달 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익산 시내에 있는 한 전통시장에서 토종닭을 사들였으며, 이 중 일부가 폐사했다.

소규모 농가도 AI의심
당국은 이 신고 농가가 사들인 토종닭이 이번 사태의 발원지격인 군산 종계농장과 거래를 해온 중간유통상이 시장에 유통한 물량임을 확인했다. 해당 중간유통상을 통해 교차 오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날 하루 동안 임실(1개 농장)·군산(3개 농장)·익산(2개 농장) 등 전북 지역에서 총 6건의 AI 의심사례를 확인했다고 농식품부는 발표했다. 소규모 토종닭인 이들 6개 농가 모두 전북 시내 곳곳의 전통시장에서 각각 닭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당국은 군산 종계농장과 거래를 하던 중간유통상들이 여러 지역의 전통시장 등을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상당 부분 퍼뜨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확한 역학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으나, 소규모 농가인 만큼 멀리서 사지 않고 인근 전통시장에서 닭을 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애초 오골계를 유통한 군산 종계농장과 거래를 하던 중간유통상들이 시장을 드나드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져 교차 오염된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해당 농가들을 대상으로 이동제한, 출입 통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로써 8일 오후 10시 현재 AI 간이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오거나 H5, H5N8형까지 확인된 농장은 총 27곳으로 늘었다.

이 중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된 곳은 제주(3개 농장), 전북 군산(1개 농장), 익산(1개 농장), 경기 파주(1개 농장), 부산 기장군(1개 농장), 경남 양산(1개 농장), 울산(3개 농장) 등 6개 시·도, 7개 시·군, 11개 농장이다.
7일 자정까지 살처분 된 가금류 마릿수는 110개 농가에 걸쳐 약 17만9000마리다.

문 대통령 근원적 해결 지시
한편 방역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을 “의례적”이라고 질책한 것과 관련해 근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농식품부는 현 사태의 조기종식을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AI 방역대책 추진상황을 보고받은 뒤 “대책이 의례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바이러스 변종이 토착화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기존 관성적 문제 해결방식에서 벗어나 근원적 해결방식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에 방역 사각지대로 드러난 전통시장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여름철 AI로 상시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기존 대책에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가금산업 발전대책 마련
농식품부는 전국 전통시장에서 닭, 오리 등 살아있는 가금류를 거래할 때는 반드시 도축한 후 유통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가금산업 발전대책’(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지난 8일 밝혔다.

이 대책에는 전통시장에서 가금류를 산 채로 거래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소규모 도계장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도계장은 가축 중 닭을 도살·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정부는 내달까지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한편 각 지자체의 도계장 설치 수요를 조사하고, 내년에 3개소를 설치해 시범 사업을 할 방침이다.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토종닭 4300만마리 가운데 살아있는 닭의 유통 물량은 35%에 해당하는 1500만마리 정도다. 닭(오리 포함)은 소·돼지처럼 허가된 도축장에서 도축돼야 하나, 소유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조리해 판매(자가 조리·판매)하는 경우에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

한편 이번 AI 사태는 전북 군산의 종계농장이 ‘AI 오골계’ 3600마리를 유통하면서 시작됐다. 군산 종계농장에서 닭을 사지 않은 농가는 전통시장을 거쳐 교차 감염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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