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인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의 최근 비즈니스 행보를 보면 “한국판 도널드 트럼프 같다”고 조금 과장되게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부동산 재벌로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각종 빌딩을 사들이고, 임대업을 확대하고, 호텔 및 리조트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죠.

건설회사인 부영은 몇년 사이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알짜 빌딩을 하나둘 잇달아 사들이고 있어서죠. 최근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부영은 이 빌딩을 매입하기 위해 9000억원 초반대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영이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1월부터라고 할 수 있죠. 삼성그룹의 상징적 빌딩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생명의 태평로 사옥을 매입했고,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삼성화재의 을지로 사옥까지 사들였습니다.

두 사옥은 풍수적으로 명당으로 손꼽히는 자리에 위치해 있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이 애지중지했던 빌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빌딩을 인수하는 데에만 부영은 각각 5750억원, 4390억원을 쏟았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송도에 있는 포스코건설 사옥인 포스코이앤씨타워까지 매수했죠. 매입 금액은 3000억원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6년에만 빌딩 세채를 인수하는데 약 1조3000억원을 투입한 겁니다. 현재 해당 대기업 사옥들의 명칭은 부영태평빌딩, 부영을지빌딩, 부영송도타워로 바뀌었습니다. 부영의 마천루가 솟아 오르고 있는 거죠.

부영은 호텔과 리조트 등의 매입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2011년엔 무주 덕유산 리조트를 인수했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현 제주 부영호텔)을 지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안성시에 있는 마에스트로CC와 태백시에 위치한 오투리조트 등도 매입했습니다.

특히 부영이 서울과 수도권의 상징적인 빌딩을 사들이는 이유는 앞으로 임대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부영은 1983년에 창업했습니다. 현재의 부영을 이룩한 중심축은 바로 임대업이었습니다. 주택사업에서 부영은 임대주택사업의 강자로 불립니다. 임대업을 통해 나날이 불어나는 현금을 부동산 매입에 계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대기업들은 현금을 쌓아 놓기 위해 빌딩 사옥과 같은 자산을 매각하는 일이 부쩍 늘어납니다. 부영에게는 이러한 시기가 좋은 찬스가 되는 거죠.

이중근 회장은 부동산 투자 말고도 금융업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SK증권 인수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부동산과 금융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부영그룹 산하에는 부영대부파이낸스가 있긴 합니다만, SK증권과 같이 거대 금융기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할 때는 금융 계열사를 통해 주식담보대출, 회사채 발행 등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현금력이 좋은 부영도 금융의 힘이 필요한 겁니다.

- 글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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