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기로에 선 美 거대식품업체

간단한 테스트가 있다. 다음 용어들을 크게 말해보는 것이다. 인공색소와 인공향료. 살충제. 방부제. 고과당 콘시럽. 생장호르몬. 항생제. 유전자변형식품.

이 용어 중 하나라도 당신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거나, 입에 쓴맛이 돌게 하거나, 입술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분노케 하는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거대식품업체가 직면하고 있는 수십억달러짜리 문제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당신은 팽창하고 있는 소비자층의 한 일원으로서, 전 세계 유명 거대식품업체 일부가 사업방식을 변경하도록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컨슈머 애널리스트 그룹 오브 뉴욕(CAGNY)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을 살펴보면 이런 생각이 일면 타당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CAGNY 회의는 미국 포장상품업계의 연례모임이다). 캠벨 수프의 CEO 데니즈 모리슨은 “제대로 된 식품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걸 알고 있다”며 “거대식품업체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심해지면 두려워할 만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거대식품업체를 영원히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소비자들이 경직된 거대식품업체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소비자의 의구심을 잘 나타내는 수치가 있다. 모스코우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25개 식품 및 음료업체들은 2009년 이후 18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잃었다. 그는 “녹아 내리는 빙하와 같다. 매년 조금씩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가공식품 자체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설문조사기관 번스타인(Bernstein)에서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식품 시스템을 믿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모스코우는 소비자들이 가공식품의 편의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그들 마음 속의 추가 확실하게 기울었다. 25일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빵을 보면서 의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매우 분명하다. 바로 단순함이다. 다시 말해 더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체를 알기 힘든 성분이 없을수록 좋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발음하기도 힘든 라벨 상의 항목을 곧 거대식품업체의 제품과 동일시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안이 생겼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물건을 구입하고 있지만, 원치 않는 성분이 더 적다고 믿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욱 잦아졌다. 이러한 선택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세이프웨이(Safeway), 웨그먼스(Wegmans), 월마트(Wal-Mart) 등에서도 가능해졌다. 타깃(Target) 같은 체인점들은 매출이 시원찮은 기존 제품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제품에 점점 더 많은 진열대 공간을 내주고 있다.

요구르트업체 초바니(Chobani), 햄프턴 크리크(식물원료로 만든 인기 마요네즈를 판매한다), 네이처스 패스(Nature’s Path), 에이미스 키친(Amy’s Kitchen), 라이프웨이 푸드(Lifeway Foods) 등의 제품이 그 자리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소매업체들은 자체 브랜드도 개발하고 있다.

크로거(Kroger)의 천연식품 제품라인 심플 트루스는 2년 만에 연 매출 12억달러라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진열대 자체가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업체가 많아지면서 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천연 및 유기농 식품업체 헤인 셀레스철은 아마존(Amazon)이 자사의 미국 내 10대 벤더 중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유기농무역협회(Organic Trade Association)에 따르면, 진정한 식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기농 식품 매출이 지난 10년 간 세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11%가 늘어 359억달러를 기록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스핀(Spins)은 거의 모든 부류의 천연식품 매출이 주요 소매업체에서 증가한 반면, 기존 식품업체들의 절반 이상은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또 다른 변화가 거대식품업체의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앙 진열대를 아예 둘러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미국 내 포장식품 연간 판매량은 1% 이상 떨어졌다. 별로 큰 감소량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의 배를 채우는 식품업계에선 더 크고 엄청난 변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전통적인 업계에서처럼 ‘작지 않은 변혁’(Disruption)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거대식품업체가 신생 소규모 식품업체에 포위된 형국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 포장식품업체들이 이런 공격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다. 몇몇 업체들은 소형 천연식품업체를 인수해 천연식품업계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 조리법을 크게 바꿀 방법을 찾고 있다.

일례로 크라프트 푸드(Kraft Foods)의 경우, 대표적인 맥앤치즈 제품에서 합성색소와 인공방부제를 제거할 계획이다. 타이슨(Tyson)은 계육용 닭에 인간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미 자사 제품 치리오스(Cheerios)에서 유전자변형식품을 제외시켰던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도 요플레 요구르트의 당분 함량을 25% 줄였다. 이 모든 변화가 지난 반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 글: 하제헌 객원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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