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비롯해 다양한 고전을 통해 볼 때 공자는 진지하고 엄숙한 인물로 느껴진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학문은 물론 예를 지키는데 한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았던 철저한 인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자는 시와 음악을 사랑했던,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공자는 “<시경>에 있는 300편의 시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생각에 거짓됨이 없다”라고 말했고, 그 시들을 인용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실제로 공자는 시 300편을 모두 외워두고 항상 묵상을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아들과 제자들에게도 아래와 같이 시의 유용성을 구체적으로 가르치며 열심히 배우도록 했다.

“시를 배우면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사물을 잘 볼 수 있으며,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원망하더라도 사리에 어긋나지 않게 할 수 있다.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는 임금을 섬기며,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도 많이 알게 된다.”

시는 단순히 감성을 키울 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지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공자는 <논어> 태백편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시를 통해 일어나고, 예를 통해 바로 서며, 음악을 통해 완성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공자의 말들을 종합해보면, 공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도(道)’를 완성하는데도 시와 음악이 반드시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공자는 시와 음악을 통해서 감성을 풍부하게 했고, 그러한 감성능력을 통해서 자신은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세워나갔다.

공자는 자신이 평생을 두고 추구하는 것을 한마디로 하면 ‘서(恕)’라고 했다. 서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으로 이뤄져 ‘마음을 같이한다’는 뜻이다. 즉, 상대방과 한 마음이 된다는 것으로 감성능력의 핵심인 ‘공감’과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자였던 증자는 스승인 공자의 도를 서와 충(忠)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충’은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으로 이뤄져 있다. 즉 ‘마음의 중심을 바로 세운다’는 뜻으로 역시 감성능력 중  ‘자기관리능력’과 같다. 이것을 미뤄보면 공자는 단순히 예술적인 취향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도를 완성하는데, 시와 음악을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삼았던 것이다.

감성은 자신을 성찰해 바로 세우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능력을 준다. 그리고 풍부한 감정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위기에 닥쳤을 때 고난을 이길 힘을 주며, 여유와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한다. 공자가 13년간의 유랑 생활 동안 그 어려운 고난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것은 바로 감성이 주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와 음악 등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성능력은 오늘날 지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지도자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확고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 사람과 상황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감성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공자는 “바탕이 겉모습을 넘어서면 촌스럽게 되고, 겉모습이 바탕을 넘어서면 형식적이 된다. 겉모습과 바탕이 잘 어울린 다음에야 군자다운 것이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라고 말했다. 실력의 이성과 배려의 감성이 잘 어울린 사람,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 《천년의 내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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