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리더스 강연-송호근 서울대학교 교수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칼럼(중앙일보 ‘송호근 칼럼’)으로 유명한 송호근 서울대학교 교수가 ‘원칙과 현실의 충돌을 풀려면’이라는 주제로 △대·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실과 대기업 강성노조의 문제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인상 등 현실과 원칙의 충돌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원청·하청 관계와 강성노조, 임금 상위 근로자의 임금동결 등 구조개혁을 위해 사회협약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부문별·업종별 상황을 파악해 전격 시행해야 할 부문과 단계적 시행해야 할 부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 송 교수는 현대차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가보지 않은 길>이란 책을 소개하면서 강성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은 지난 수년 간 조선업 불황을 거치며 내파된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등 지난 세월 산업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의 흥망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그의 책에서는 생산현장의 노조원 가운데는 스마트폰과 드라마 음악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폭로하고 있다. 노조원간에 서로 담합해서 옆 동료의 몫까지 4시간 뛰고 4시간 쉬는 사례가 많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송 교수는 “자동차, 철강, 조선 부문 대기업의 강성노조는 자본을 밀어붙여서 기득권을 따내고 선을 그었다”면서 “선 밖에 있는 협력사의 노동자와 고용주를 배제하고 그 자신들끼리 이익을 독점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하고 최저임금을 1만원선까지 인상하려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송 교수는 “이 모든 정책의 최전선에서 부담을 짊어지는 분들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라며 이들에게 일자리 정책의 사회적 비용이 일거에 전가되는 것에 대해 “정당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특히 “무엇이든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면서 근로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단계적 접근방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송 교수는 세계 최고의 조선 산업도시인 울산과 거제는 불평등의 노동 피라미드로 돼 있어 상위 60%의 직영 노동자와 하위 40%의 하도급 노동자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평소 정규직 임금의 70%를 받으면서 같은 일을 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경제위기와 조선업 불황이 왔을 때 가장 먼저 해고되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연봉 1억원씩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은 자신의 임금을 줄여서라도 해고되는 하청업체 사람을 붙잡아야 한다”면서 “이 부담을 협력사 고용주와 노동자에게 떠넘기면 협력 중소기업들은 다 죽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은 기득권을 가진 노동자들이 기득권에서 배제된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장기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그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한편 송 교수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이 노사·노노 연대를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진정한 일자리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