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美, 고속철 건설 카드 만지작

미국의 고속철도는 중국과 유럽, 일본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텍사스에서 진행 중인 고속철 건설사업을 통해 다시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미국인들은 자동차를 선호한다. 그간 미국이 고속철도망 건설에 실패해온 이유다. 물론 미국에도 보스턴-워싱턴 노선을 운행하는 암트랙(Amtrak)의 고속열차 아셀라 익스프레스(Acela Express)가 있다. 이 여객열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0마일이지만, 평균 속도는 시속 68마일에 불과하다.

반면 상하이의 자기부상열차 최고 속도는 시속 268마일, 평균속도는 143마일이다. 그러나 미국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고속도로 정체, 인구 증가, 차 소유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미지근한 관심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의 창업가들과 주 공무원들이 차세대 고속철도 건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일부 민간 투자자들은 고속열차 건설을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착수한다고 해도, 연방 정부의 도움에 의존할 순 없을 것이다.

1970년 암트랙이 설립된 이래, 철도 당국과 의회는 꾸준히 언쟁을 벌여왔다. 철도 기업이 많은 보조금을 받고도 돈만 낭비하는 쓸데 없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난이 일었기 때문이다.
철도 사업에 대한 반감이 심각했기 때문에, 암트랙에 대한 자금 지원 수준은 잘해봐야 크게 떨어지지 않는 정도였다. 때문에 자금이 지원된다고 해도, 고속철도 건설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 수준은 미미한 상황이다.

캘리포니아는 민간 자금 및 탄소배출권거래 수익을 포함한 주 자금으로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노선을 건설할 계획이다. 남아 있는 연방 경기부양 자금도 활용하고자 한다.

그 외에도 민간 분야가 이 사업에 개입하고 있다. 시속 205마일을 계획하고 있는 댈러스-휴스턴 구간 철도는 세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2021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2017년 완공될 마이애미-올랜도 노선 역시 민간 자금으로 건설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건설 사업들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까? 부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정책 분석가 로버트 푸엔테스는 “확실하진 않지만, 캘리포니아의 이 구간은 시장이 크기 때문에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간 철도 건설 기업들은 고속철도 건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역 주변 부지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방법은 아시아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개발 모델이다. 미국이라고 성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질문이 있다. 열차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환경적으로 우수한가? 열차는 생각보다 친환경적이다. 친환경 관점에서 전기차 회사 테슬라(Tesla)가 뛰어나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암트랙도 어떤 다른 교통수단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미국 교통부는 열차가 자동차나 항공기보다 여객 마일당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다고 밝히고 있다. 보통 열차는 버스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대기 오염물질도 덜 배출한다. 동북노선을 운행하는 암트랙의 전기 열차는 디젤보다 연비가 높다. 제동할 때 발생되는 전력을 다시 동력으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는 비용 면에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열차는 여객 마일당 31센트인데 비해 항공료는 13센트다. 하지만여 객 마일당 61센트의 승용차와 비교하면, 거저 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미국의 고속철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어마어마한 국토 규모다. 암트랙은 미국 전역을 연결하고 있다. 지난해3100만명의 승객들이 46개 주 500곳 이상의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그러나 뉴욕-서부 해안 노선 같은 최장 구간들은 시간 및 비용 면에서 항공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노선들은 한 마디로 ‘돈 먹는 하마’라 할 수 있다. 정부 소유의 암트랙은 2016 회계연도에 32억달러 매출, 2억27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가장 분주한 456마일 동북노선은 2016년 1140만명의 승객이 이용해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때문에 민간기업들은 플로리다와 텍사스 같은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400마일 이하 노선을 운행하는 고속철도를 해답으로 보고 있다.

-  하제헌 객원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