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 금호타이어, 어디로 굴러가나

금호타이어 매각 이슈를 두고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현재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채권단이 마지막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직과 우선매수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금호그룹 전체에 대한 여신까지 중단하겠다는 초강경 압박을 단행했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의 주거래 은행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 은행이기도 하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에 갚아야 할 빚만 2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이들 채권 은행이 금호그룹에 금융제재를 가한다면 금호그룹 계열사의 금융거래는 사실상 중단된다.

현재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40%가 중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 부분에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의 조건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든 또 다른 복안을 만들든 운명의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박 회장,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주장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0년 3월에 경영위기에 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2년 12월에 졸업을 했다. 지난해 9월에 금호타이어 매각 공고가 났었다. 그동안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회생을 위해 투입한 자금만 3조9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경영위기의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이었다. 그동안 채권 회수조치 없이 신규자금 및 회사가 벌어들인 수익 전액을 중국사업 정상화와 중앙연구소 등 경쟁력 향상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중국의 타이어 전문기업인 더블스타에 매각해 손실을 줄이자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호라는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금호타이어를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서 채권단, 더블스타와 미묘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금호산업과 사전 조율 없이 더블스타와 상표권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는 것도 금호와의 갈등을 증폭시킨 부분이다. 지난 3월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일단 양측의 상표권 사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보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 종결을 위해서 금호타이어 상표권의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해지 △사용 요율 매출액의 0.2%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금호산업은 △사용 기간 20년 보장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매출액 대비 0.5% 사용 요율을 주장하고 있다.

다시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보면,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이 체결 조건에 대해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금호산업은 조건을 변경해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양측이 충돌하는 부분은 2.5배 차이가 나는 사용 요율 요건일 것이다. 금호타이어가 적자경영을 하는 와중인데 상표권 사용료를 올리는 것에 대해 더블스타가 수용하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상표권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만약 지지부진한 금호타이어 매각일정과 난해한 인수 조건에 따라 더블스타가 인수를 포기할 경우 박 회장에게는 금호타이어를 우선매수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 기한이 9월 23일까지다.

또 다른 문제는 매각이 어떤 조건으로 이뤄지든,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매각될 경우 브랜드 가치에 대한 손실이 발생할 거란 점이다. 다시 말해 금호타이어가 중국 브랜드로 바뀌게 되면 중국 사업에서는 호재일 수도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을의 입장에 있는 전국 금호타이어 대리점주들이 매각에 대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박 회장 압박 카드 통할까
어찌됐든 간에 결국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협상한 조건을 전제로 매각을 진행하려고 할 게 뻔하다. 따라서 지난 20일에 통보한 박삼구 회장에 대한 경영권 박탈 압박 카드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박 회장에게는 여러 약점들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 금호홀딩스 지분 40%를 채권단에 담보로 맡겼었다. 문제는 금호홀딩스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라는 점이다. 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40%나 소유한 채권단이 마음만 먹으면 박 회장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거 말고도 압박 카드는 또 있다. 금호타이어는 이달 말까지 1조3000억원의 채권 만기일이 도래한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9월 말까지 만기일을 한시적으로 연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만약 이달 안에 박 회장 쪽과 상표권 사용 협상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2010년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어떻게든 경영정상화를 위한 결단이었다면, 올해 있을지 모를 워크아웃은 법원 주도로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채권단이 한발 물러나 법원의 판단과 결정에 맡기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두고 이렇듯 채권단과 대결양상을 벌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팔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박삼구 회장의 계획은 금호산업을 2015년 되찾고, 마지막 퍼즐로 금호타이어를 다시 품에 안는 것이었다.

사실 금호그룹을 다시 재건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명분에 가까운 말일 수 있다. 금호타이어가 그룹의 뿌리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호남의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성이 더 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금호타이어가 성장할 때도 위기를 겪을 때도 호남의 인맥들이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많은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금호타이어를 뺏기는 것은 금호라는 호남 대표기업을 잃는 것을 떠나, 박삼구 회장의 호남 인맥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을 상실하는 치명상을 입는 것이기에 이처럼 금호타이어 매각에 있어 자신만의 몽니를 부리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과 인연은 어떻게 정리될까
금호타이어 매각이 이렇게 늦장 속도를 내고 박삼구 회장이 자신의 의지대로 어느 정도 끌고 나갈 수 있었던 데는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의 질긴 인연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그간 줄기차게 제기됐었다. 한마디로 다소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반면 불과 얼마 전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과정에서는 상당히 강력하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거부하자 법정관리 신청을 해버리는 냉혹한 결정을 이어갔다.

물론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경영권 박탈의 초강수를 뒀지만,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금호산업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도 재협상의 문을 열어둔 모양새다.

지난 2010년 산업은행은 일부 채권단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박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준 바 있고, 2013년에도 금호산업의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줘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부실 경영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 박 회장에게 다시 회생의 카드를 연달아 두번이나 제공한 점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2016년 9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의 진행이 난항을 겪고 박삼구 회장과 산업은행의 대결 양상으로 펼쳐지는 모든 근본적 원인은 2010년, 2013년에 이뤄진 결정의 여파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박삼구 회장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시간이 얼마 없어 보인다. 산업은행도 이번에 꺼내든 초강경 입장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곧 금호타이어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 결정될 것이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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