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새 10조 증가 … 금리 압박 가중 우려 커져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금 잔액은 90조7001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금 잔액이 90조원을 돌파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특히 올해 1∼4월 증가액은 9조9005억원으로 지난해 1∼4월 증가액(3조5996억원)의 2.8배 수준이다. 비은행금융기관에는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회사 등이 포함된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1∼3월) 증가액은 7조3902억원으로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3년 1분기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종전에는 지난해 3분기(6조7566억원)가 가장 많았다.

이런 급증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증가액은 지난해의 19조9537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지만, 중소기업 대출도 유의해야 할 상황이다.
개인사업자(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이 자금 사정의 악화로 비은행권을 많이 찾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4월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비은행권(12.3%)이 예금은행(2.7%)보다 훨씬 높다. 더구나 금융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중소기업 대출 급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들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은행보다 높은 만큼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68%로 집계됐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8.06%로 두배가 넘고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금리도 3.99%로 은행보다 높다.

지난달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그동안 개인사업자 대출을 위주로 늘어났던 중소기업 대출이 최근 중소법인 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노력과 경기 회복세 확대에 따른 기업의 신용위험 하락 등으로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할 유인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2000년대 중반에도 가계대출 억제책이 시행된 후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최근 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에서 특정 부문의 규제 강화가 다른 부문의 대출 압력 증대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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