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공기관들이 각종 장비 입찰에서 외산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같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이사장 주대철)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 12월 조달청을 통해 5호선 디지털전송설비 구매설치 사업의 사전 규격을 공개하면서 제안요청서(RFP)에 국산 전송장비 규격(MPLS-TP·중용량)이 아닌 외산 전송장비 규격(IP-MPLS·고용량)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MPLS-TP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규격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표준화한 기술에 맞춰 국내 제조사들이 공동으로 100억원 안팎의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방식이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도시철도에서 처음에는 IP-MPLS만 제안요청서에 넣었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MPLS-TP 방식으로 변경하라고 권고하자 올해 2월 ‘IP-MPLS 또는 MPLS-TP 기술’이라고 수정했다”며 “하지만 세부 용량과 규격은 여전히 사양이 높은 IP-MPLS 기준에 맞춘 채 수정하지 않아 MPLS-TP를 추가한 것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김포도시철도, 한국도로공사 등의 광대역 통신망 구축사업에 MPLS-TP 방식이 채택된 전례가 있다.
이에 지난 4월 조합은 서울도시철도가 발주한 5호선 디지털 전송설비 구매설치 사업이 의도적으로 국산 제품을 배제하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제도를 회피했다며 입찰을 취소해달라고 서울동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5월 ‘법률 위반이나 권리 침해사항이 없다’며 기각했다.
조합은 이후 동부지법의 결정에 불복, 서울중앙지법에 항고한 상태지만 서울도시철도의 입찰은 지난달 마감됐고 결국 IP-MPLS 방식을 채택한 업체가 선정됐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사업 공고 내용 등은 발주 부서가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정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법적절차는 입찰이 이미 지난달 마감돼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서울메트로의 사례와 같은 공공기관의 외산 선호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토로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충분하고 제품 경쟁력도 있지만, 수요 기관이 과다한 조건을 내걸어 국산 제품을 배제하려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외국계 대형 회사들이 수요 기관에 미리 영업해놓으면 정보가 늦고 영업력이 떨어지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신기술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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