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라운지] 디젤 엔진 제조업체 ‘커민스’

미국 중서부를 가로질러가다 보면, 마을마다 똑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문을 닫은 공장과 텅텅 빈 상점이 즐비한 시내, 그리고 한때 잘나가던 미국 제조업의 급격한 쇄락으로 인한 노동자 공동화 현상이 그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구 4만6000명의 인디애나 주 콜럼버스(미국 최대 디젤 엔진 제조사 커민스의 본사가 있다)를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시내는 번화하고, 주말에는 거리축제가 열리며, 현대식 커피숍과 식당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지역 실업률은 4.4%로, 인디애나 주 전체 5.8%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디젤 엔진에 고마워해야 할 부분이다. 디젤 엔진은 부피도 크고, 멋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디젤 엔진하면 사람들은 찌그러진 픽업트럭과 육중한 대형트럭 또는 디젤 승용차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유럽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커민스는 기술 신생기업과 대규모 펀딩이 지배하는 미국 경제에서, 생존을 훌쩍 뛰어 넘은 중공업계의 성공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제적으로 고효율 저공해 엔진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침체 이후 회사 매출이 급증해왔다. 매출은 2009년 108억달러에서 2015년 192억달러로 급상승했다. 현재 90개국에 진출해 있는 커민스는 2015년 매출의 거의 50%를 해외에서 올렸다. 커민스는 미국과 그 외 여러 시장에서 디젤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회사가 처음 성공하게 된 계기는 전후 경기호황 덕분이었다. 그리고 1955년 이후 포춘 500대 기업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57개 기업 중 하나가 됐다.
더 인상 깊은 부분은 미국 산업이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서도 굳건히 성공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나갈 때, 커민스는 고도의 전략으로 그 상황에 대처했다.
국내 노동력과 시설에 투자하고, 50대 50으로 해외 합작투자를 시작했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공기청정규제를 놓고 미국 정부와 다투고 있을 때, 커민스는 이 규제를 수용하고 뛰어난 청정디젤 제조 기술을 활용해 입지를 구축해갔다.
커민스는 이러한 자신감 외에도 근로자들과 지역사회에 집중 투자하는 기업문화 덕분에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커민스는 기술 기반의 매우 현대적인 다국적 기업이다. 노동자 중시로 상징되는 아이젠하워 시대의 특성(전통적으로 매우 미국적인 모델이어서 오히려 지금 시대에는 별로 미국적이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커민스는 이러한 조합으로 성장하는 전 세계 트럭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부를 창출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전력질주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커민스는 애플이나 HP와 절대 혼동되지 않는 전혀 다른 기업이지만, 이 회사 역시 차고에서 시작했다. 1919년 콜럼버스에서 자동차 정비공과 운전기사 일을 했던 클레시 라일 커민스가 그의 이름을 딴 커민스를 만들고 급성장하는 상업화물 운송의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목표 하에 1920~30년대 더욱 강력 하고 섬세한 엔진을 생산해내면서 성공한다. 
클레시 커민스가 회사를 설립하는 역할을 했다면, 그에 뒤를 잇는 밀러는 이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끌어 올리는데 공을 세웠다. 그는 업계의 거물이 될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예일과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고 바이올린과 조정을 했던 밀러는 원래 건축과 예술 모임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회사에 합류한 후, 타고난 기업가 자질을 입증했다. 밀러는 세계 경제 성장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간파했기 때문에, 커민스가 국내 화물운송시장에서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해외진출을 계속 확대했다. 밀러는 1956년 스코틀랜드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했다. 6년 후에는 50대 50 합작 투자로 인도 푸네에서 대형 엔진을 생산했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이 인도 투자를 시작하기 수십년 전의 일이었다.
미국 내 최대 라이벌인 캐터필러와 디트로이트 디젤은 2010년 고속도로 대형디젤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커민스는 현재 3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커민스는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반 종업원 뿐만 아니라 경영진 육성 차원에서 지역 인재 발굴에 힘을 쏟았다. 회사의 18개월 과정 프로그램인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에선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출신 15명의 전도유망한 인재를 훈련시켜 출신국이나 커민스가 진출한 여타 국가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역인재 개발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커민스의 해외 제품개발 방식 때문이다. 회사는 미국 제품을 먼저 만들고 지역 니즈에 맞게 약간 변경하는 방법(디콘텐팅)이 아니라, 백지상태로 그 지역에 맞게 엔진과 기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방식은 초기 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더 높다. 이를 통해 개발된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기도 한다. 커민스는 진출한 국가의 지역사회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시민의식과 기업의 향후 전략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커민스의 프로그램 중에는 인도 여성들을 위한 엔지니어링 대학도 있는데, 현재까지 약 1800명의 학생이 이 과정에 등록했다. 커민스는 인도 정부가 여성 근로자 비율 50% 달성이란 목표를 이루는데 이 대학이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커민스는 디젤 엔진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도 자신의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 글 :  하제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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