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포커스]오뚜기의‘조용한 선행’

요즘처럼 대기업들에 대해 날선 시선을 보내는 시기도 드문 거 같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하청업체에 대해 원가부담을 물고 내부거래를 통해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도 하는 대기업을 두고 좋은 이미지를 갖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취업 시즌만 되면 대기업 경쟁률이 수백 대 일, 수천 대 일을 넘어서는 걸 보면 아이로니컬하다.
이번주 기업 포커스는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대기업 가운데서도 조용히 ‘좋은 기업, 착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오뚜기다. 오뚜기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오뚜기 제품에 대한 칭찬이 아닌 오뚜기 경영에 대한 응원의 박수다.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 중인 오뚜기는 어떻게 착한 기업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을까?

정직한 CEO 함영준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오뚜기의 창업주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함영준 회장이 오뚜기를 경영하는 철학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 같이 비정규직 채용이 남발되는 세상에서 작은 기업도 아닌 오뚜기가 정규직으로만 직원을 뽑는다는 건 CEO의 굳은 의지가 아니고서야 실행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함태호 명예회장은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비정규직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을 경영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러한 정신을 함영준 회장이 계승해 오뚜기는 비정규직 채용 청정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채용 이슈로만 오뚜기가 착한 기업에 등극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함영준 회장은 정직한 CEO로도 유명한데, 지난해 그는 15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아무런 편법이나 꼼수 없이 그대로 납부키로 약속했다.
지난해 9월 함태호 명예회장이 세상을 뜨면서 함영준 회장은 오뚜기의 주식을 약 46만주나 승계하게 됐고, 이에 따른 상속세가 1500억원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함 회장은 앞으로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상속세 납부야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인데도 워낙 우리 사회의 일부 기업들이 이를 회피하는 일이 많아 오히려 오뚜기의 정직함이 찬사를 받고 있는 것도 씁쓸한 사회적 단상이 아닐 수 없다.
원래 착한 일은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오뚜기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뚜기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인 사회공헌 활동에 상당히 노력을 하는 기업인데, 이를 외부에 알리는 걸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오뚜기는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사업을 1992년부터 해오고 있는데, 최근까지 오뚜기가 도와줘 새로운 생명을 얻은 아이들이 무려 약 43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뚜기의 사회적 활동은 1996년 설립된 오뚜기재단으로 통해 극대화된다. 학생들에게 전달한 장학금 액수와 대상자 수는 여전히 오뚜기만 알고 있다. 오뚜기는 사회적기업과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데, 2012년부터는 함영준 회장은 장애인 직원이 일하는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에 선물세트 조립 및 가공을 위탁하고 있다.
함태호 명예회장이 작고하기 1년 전인 2015년에는 315억원 상당의 개인주식을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하는 선행도 했다. 오뚜기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밀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 알리지 않고 스스로 베풀고 선행하는 모습을 보면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 오뚜기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거 같다.

라면시장에서의 오뚜기
오뚜기가 이렇듯이 선행과 정직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결국 기업경영의 수익이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오뚜기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4년 18.3%에서 2015년 20.5%, 2016년 25.6%로 계속 상승 중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오뚜기가 30% 가까이 점유율을 넓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뚜기가 불과 3, 4년 만에 팽팽한 경쟁체제인 라면시장에서 점유율을 10% 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가격 정책에 답이 있다. 라면시장에 1위인 농심은 지난해말 자사의 라면제품들의 가격을 5.5%나 올리는 공격경영을 시작했다. 1위 기업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그 밑에 경쟁기업은 따라가기 마련인 것이 시장 논리다. 그런데, 오뚜기는 라면가격을 올리지 않고 동결하기로 결정을 한다.
결국 착한 가격 경쟁력으로 순이익이 조금 감소하더라고 시장점유율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오뚜기는 원래 라면 가격을 잘 안올리는 걸로 유명한데, 오뚜기는 2008년 라면값을 올린 뒤 거의 10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식당에 가면 ‘10년 전 가격 그대로’라고 적혀 있는 걸 보는데, 오뚜기가 그런 경우다.
이는 농심의 공격경영에 대한 최선의 공격이자 방어다. 반대로 오뚜기는 식용유, 참치캔, 마요네즈 등 제품 가격은 시장순리에 따라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두가격이 많이 올라 식용유 가운데 업체 납품용은 7% 가까이 올린 바 있다. 참치캔 시장에서도 1위 기업인 동원참치가 최근 5% 가격을 올려 오뚜기가 쫓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밥처럼 즐겨찾는 라면의 가격은 동결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늘리고, 다른 간편식 제품은 경쟁자들에 맞춰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익을 맞추는 투트랙 전략은 오뚜기의 전반적인 실적을 개선하는 데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견되는 부분이다. 오뚜기는 올해 매출 2조1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1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 중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4%, 6% 이상 늘어난 성적인 것이다.

오뚜기 진짬뽕의 위력과 미래
오뚜기에도 히트 상품이 있다. 진짬뽕이다. 2015년 출시한 진짬뽕은 농심 중심의 라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지난해에만 1억5000만개가 팔리면서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농심 신라면을 제치고 판매 부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진짬뽕의 주역은 이강훈 오뚜기 사장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는 1978년 오뚜기에 입사해 제조, 영업 등을 두루 거치면서 일선 현장을 누구보다 꿰뚫는 전문경영인으로 라면시장에서 오뚜기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는 2010년 사장에 올랐다. 식품업계 중에 2010년 이전에 취임한 사장이 없기 때문에 이강훈 사장은 식품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이다.
그러나 모든 식품기업이 그렇듯이, 히트를 친 상품을 계승할 제2의 진짬뽕이 오뚜기에는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때 인기를 끌고 쪼그라든 짜왕이나, 꼬꼬면처럼 반짝 인기를 끄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들어 진짬뽕의 인기가 예전과 달라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오뚜기는 함흥비빔면, 콩국수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진짬뽕의 여세를 이어받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 중에는 진짬뽕에서 국물을 쪽 빼낸 볶음진짬뽕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착한 기업 오뚜기에게도 고민이 있다. 일단 라면시장은 트렌드 변화가 너무 급격한데, 예를 들어 하얀국물 라면, 프리미엄 라면, 부대찌개 라면, 볶음라면 등 여기저기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려고 엄청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게다가 라면 4대 기업인 농심, 오뚜기, 삼양, 팔도가 출시하는 라면 종류만 200종이 넘는다고 한다. 한개 기업당 50개라고 따져보면 라면 업계가 얼마나 생존경쟁을 펼치는지 알 수 있겠다.
국내 라면 시장이 2조원이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2012년 이후 줄곧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그래서인지 1위 업체인 농심은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반면 오뚜기의 약점은 해외진출에 있다. 오뚜기의 해외매출은 전체의 10% 이내로 좀처럼 올라갈 기미가 없고, 라면 수출의 매출 비중은 3, 4%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오뚜기는 농심이 해외진출에 눈을 돌릴 때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경쟁력으로 지배력을 올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착한 기업으로 불리는 오뚜기가 돈도 잘 버는 기업으로 두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해 본다. 

- 글 : 김규민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심선정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